이름만 듣고 국물 요리인 줄…경상도 사람은 잘 모른다는 서해안 대표 '김치'

2025-03-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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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국지, 그 진짜 정체는?

충청남도 서해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게국지'는 이름만 들으면 국물 요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김치의 한 종류다. 게장 국물(게국)로 담근 김치(지)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 음식은 서산, 태안 등 일부 지역에서 겨울철 반찬으로 즐겨 먹던 향토 음식이다. 최근 방송과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게국지는 원래 김장을 한 뒤 남은 배추 우거지나 무청 등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 서해안 주민들은 갯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능쟁이게(칠게)로 게장을 담그고, 남은 국물을 김치에 넣어 발효시켰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박하지, 황발이, 꽃게, 새우 등 다양한 해산물을 추가하며 맛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게국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와 방식이 변화했다. 과거에는 소박하게 남은 채소와 게장 국물로 담가 먹었지만, 음식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고급화됐다. 최근에는 얼갈이배추나 알배추를 사용하며, 붉은고추·생강·마늘을 갈아 양념으로 넣는 경우도 많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꽃게 살을 따로 발라 섞어 넣거나, 찌개에 통째로 넣어 더욱 깊은 감칠맛을 낸다.

게국지는 절여서 숙성한 후 바로 먹기도 하지만, 찌개로 끓여 먹으면 더 깊은 맛이 난다. 묵은 게국지를 뚝배기에 담아 끓이면 짭짤하면서도 개운한 국물이 우러나 겨울철 별미로 사랑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게국지를 찌개 요리로만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충청남도 서해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김치 '게국지'. / 유튜브 'SBS Entertainment'
충청남도 서해안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김치 '게국지'. / 유튜브 'SBS Entertainment'

게국지가 서해안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과정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84년 발간된 '한국민속자료종합조사보고서'에는 게국지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1994년 '한국의 향토음식'과 2008년 '한국의 전통향토음식'에서는 게국지찌개가 소개됐다. 이는 교통이 발달하면서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 음식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대중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과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게국지가 점점 더 많이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현재 게국지는 김장철 이후 남은 재료로 간단하게 담가 먹던 음식에서 벗어나,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원래의 소박한 형태를 유지하는 가정도 있지만, 음식점에서는 점점 더 다양한 해산물과 고급 재료를 추가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이 주는 혼동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게국지를 찌개 요리로만 알고 있으며, 김치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해안 지역에서 게국지는 오랜 전통을 이어오면서도, 최근에는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등 현대인의 입맛에도 맞춰 고급화되고 있다. 원래는 단순한 민속 음식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를 활용해 여러 방식으로 변주되며 지역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이름만 듣고 국물 요리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김치와 찌개가 혼합된 독특한 음식으로, 서해안 지역 풍습과 역사를 담고 있다.

유튜브, 광도아빠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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