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 캡슐이 딱딱한 알약보다 효과가 빠르다? 완전히 잘못됐다

젤 캡슐이 정제된 약보다 효과가 빠르다는 편견은 잘못된 걸 수도 있다.

의약품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젤 캡슐이 실제로 정제보다 더 빠르게 작용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 약사가 반박하고 나섰다.

젤 캡슐은 부드러운 재질 덕분에 체내에서 더 빨리 녹아 약효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내세우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랜트 하팅 박사는 실험을 통해 정제가 오히려 캡슐보다 더 빠르게 분해된다고 주장했다.

하팅 박사는 물에 정제와 젤 캡슐을 각각 녹여본 결과, 정제가 더 빠르게 용해됐다고 밝혔다. 이는 체내에서도 정제가 더 빨리 흡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젤 캡슐이 정제보다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타이레놀 정제 24정은 약 5달러인 반면, ‘빠른 효과’를 강조한 젤 캡슐은 8달러에 달한다.

젤 캡슐은 약물을 감싼 부드러운 껍질이 위장에서 분해되며 약효를 발휘하는 형태다. 반면 정제는 약물 성분을 압축해 만든 고형제로, 위에서 분해된 후 혈류로 흡수된다. 하팅 박사는 위산과 물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위산과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을 반복했으며, 여전히 정제가 더 빠르게 녹는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온과 체내 수분 함량이 약물 용해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온도가 높고 수분이 많을수록 분자 운동이 활발해져 약물이 더 빨리 녹는다고 덧붙였다.

틱톡에서 화제가 된 그의 실험 영상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그는 이부프로펜 젤 캡슐과 정제를 비교한 실험에서 정제가 더 빠르게 분해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체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타이레놀의 ‘빠른 효과’ 젤 캡슐이 실제로는 기존 정제보다 효과 발현 시간이 더 빠르지 않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광고 문구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4년 8월 뉴욕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빠른 효과’라는 표현이 FDA에서 정의하는 ‘즉각적 효과’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8년 연구에서는 ‘빠른 효과’ 타이레놀 500mg 정제가 80% 이상 녹는 데 평균 3분 56초가 걸렸으며, 이는 표준 정제보다 단 23초 빠른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 소비자들은 만약 이러한 차이를 미리 알았다면 비싼 젤 캡슐 대신 정제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젤 캡슐이 정제보다 반드시 빠르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약의 효과는 단순한 용해 속도뿐만 아니라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소비자들은 광고 문구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필요에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