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게시판 '마비 수준'…尹 탄핵 찬반 세력, 매크로 전쟁으로 아수라장

2025-03-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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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인 트래픽 증가, 업무방해 해당 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 ‘탄핵 반대’ 게시물을 대량으로 올리며 온라인에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헌재 게시판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 힘 갤러리 (왼쪽부터) / 뉴스1
헌재 게시판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 힘 갤러리 (왼쪽부터) / 뉴스1

단순한 의견 표출을 넘어, 자동으로 글을 등록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동원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맞서 탄핵 찬성 측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헌재 게시판이 사실상 ‘매크로 전쟁터’로 변했다.

그러나 일부 법조계에서는 불법 매크로 사용이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수 있으며,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탄핵 반대' 글 하루 수만 건… 매크로 총동원한 온라인 전쟁

11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게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핵 반대’ 게시물이 27만 건 이상 올라왔다. 대부분이 같은 문구, 같은 형식을 띠고 있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9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에 자동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스크립트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특정 코드를 북마크로 저장한 후 세 번 클릭하면 게시물이 자동으로 등록되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법이 포함됐다. 해당 게시물은 1000개 넘는 추천을 받으며 빠르게 확산됐다.

지지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나서지 못할 경우, 온라인에서라도 힘을 실어야 한다”며 매크로를 활용한 게시판 도배, 기사 댓글 대응(‘댓방’), 국회 입법 반대 의견 제출 등을 독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올라간 ‘탄핵 반대’ 게시글은 지난 9일부터 11일 낮 12시 30분까지 총 27만 18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게시물이 띄어쓰기, 느낌표 개수까지 동일해 사람이 직접 작성했다기보다는 자동화된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해당 매크로 프로그램을 공유했던 게시물은 삭제됐으며, 프로그램 역시 작동이 중단된 상태다. 매크로 차단 조치가 이뤄지면서 10일까지 4000~6000명의 접속자가 몰려 사실상 마비됐던 헌재 게시판은 11일 오전부터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탄핵 찬성 측도 맞불… 매크로 공유하며 대응

다음 카페 여성시대 게시글 / 뉴스1
다음 카페 여성시대 게시글 / 뉴스1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알려지자, 탄핵 찬성 측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대형 커뮤니티 ‘여성시대’에서는 “저쪽에서 매크로를 사용해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우리도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사용자는 “매크로는 공연법이나 사이트 약관을 위배하지 않는 한 불법이 아니다”라며 자동 입력 문구와 매크로 사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 매크로를 활용해 자동 등록된 ‘탄핵 찬성’ 게시물 역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10일부터 11일 낮 12시 30분까지 총 8648건이 게시됐으며, 이는 ‘여성시대’에서 공유된 12개의 자동 입력 문구를 포함한 게시글 개수의 총합이다.

◈ 법조계 “디도스와 유사한 방식, 업무방해죄 해당 가능성”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량 게시 행위가 지속되면서, 법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운영 역시 헌재의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크로를 이용해 허위 트래픽을 유발하면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은 일종의 디도스(DDoS) 공격과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인해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은 한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됐으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서버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촉발된 ‘매크로 전쟁’이 단순한 게시판 여론전이 아니라 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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