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은 생산 어렵다…현재 산불로 초토화된 한국 대표 보양식 최대 생산지
2025-03-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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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까지 화마 덮쳐
국내 최대 송이버섯 생산지 경북 영덕군이 산불 피해를 보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2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25일 영덕군 최대 송이 생산지인 지품면 국사봉을 덮쳐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국사봉은 영덕지역 송이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은 특유의 향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며 매년 가을이면 많은 채취꾼과 유통업자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최근 산불 발생으로 인해 국사봉 일대의 송이버섯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송이버섯은 소나무와 공생하는 균근성 버섯으로, 주로 30년 이상 된 소나무 숲에서 자란다. 이 버섯은 낙엽층과 토양의 유기물이 풍부해야 하며 기온과 습도가 적절해야 생장할 수 있다. 특히 해발 300~1000m의 산악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국사봉은 이러한 환경 조건을 충족해 최적의 송이버섯 생육지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산불이 발생하면 토양 환경이 급격히 변해 송이버섯의 생육이 어렵게 된다.
산불이 난 지역에서는 유기물이 급격히 소실되고 토양 내 미생물 생태계가 파괴돼 균근이 형성되기 어려워진다. 송이버섯은 소나무의 뿌리와 공생하면서 영양분을 공급받지만 산불로 인해 소나무가 타버리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 균근 형성이 불가능해진다.
산불 후 남은 재와 탄화된 물질이 토양의 산성도를 변화시키고 송이버섯 생육에 필수적인 미세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송이버섯이 자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최소 20~30년이 지나야 송이버섯이 다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송이버섯은 우선 소나무와 공생하는 특성상 자연 상태의 토양이 필요하며 온도와 습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송이버섯은 15~20도 사이의 온도에서 잘 자라며, 습도는 60~80%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강한 햇빛보다는 약간 그늘진 환경이 적합하다. 일반적인 버섯처럼 배지에서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자연 채취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송이버섯은 가격이 비싸고 희소성이 높다.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10년과 2017년 송이 감염묘를 이용해 송이버섯의 인공 재배에 성공했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해당 기술로 산불 피해지에서 2년 연속 송이 발생에 성공한 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70년대부터 송이 인공 재배 시험 연구를 시작해 2000년대 이후 송이 감염묘법을 정립했다. 송이 감염묘법이란 어린 소나무 뿌리에 송이균을 감염시킨 뒤 소나무가 있는 산에 옮겨 심어 버섯을 재배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국립산림과학원은 2017년 같은 장소에서 5개의 송이 발생을 확인하며 세계 최초로 송이 인공 재배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송이 감염묘 연구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내산 송이버섯 수입량이 높은 일본에서도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감염묘를 이식한 소나무 산에서 송이가 발생하고 송이 균근이 활성화하는 범위 안에서 다시 송이가 발생한 것은 국립산림과학원이 최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이식 후 15~20년 정도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이균이 한번 정착해 버섯까지 발생하면 같은 장소에서 30년 이상 송이를 채취할 수 있어 고소득 임업 경영모델로 개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이버섯 생산량 감소는 단순히 채취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송이버섯 유통 시장에서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들도 이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명절 시즌에는 송이버섯 수요가 증가하는데 공급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따라서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와 송이버섯 서식지 보호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송이버섯은 단순히 맛과 향이 뛰어난 식재료일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버섯이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베타글루칸 성분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에도 유익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송이버섯이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발표돼 당뇨 환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송이버섯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장 건강을 증진하고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