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밥상에선 밥도둑인데...일본에선 그냥 버려지는 '의외의 식재료'
2025-04-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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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식용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식재료
고춧잎은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식재료다. 된장국에 넣어 구수한 국물을 내거나,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은근한 풍미의 나물 반찬으로 즐긴다. 그 은은한 쌉싸름함은 입맛을 돋우는 묘한 매력을 지녀, 일명 ‘밥도둑 나물’로도 통한다. 고춧잎은 제철마다 따로 수확해 데쳐 보관하거나 말려 두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어, 농촌에선 어릴 적부터 집밥의 정수로 여겨져왔다. 이처럼 친숙한 고춧잎이 일본에서는 식용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식재료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한국에선 고추는 열매뿐 아니라 잎까지도 소중한 식재 자원이다. 고춧잎은 무침, 장아찌, 국거리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며, 특히 된장과 만나 깊고 구수한 맛을 발산한다. 철분, 칼슘, 식이섬유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식 반열에도 이름을 올려왔다. 생잎을 데쳐 무쳐 먹거나 건조해 두고 사용해도 그 맛과 향이 살아 있어, 명실상부한 ‘잎채소 중의 으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춧잎이 식재료로 인식되지 않는다. 일본 요리 문화에서 고추는 열매 수확만을 목적으로 하며, 잎은 별다른 상품성이 없는 부위로 분류된다. 수확 과정에서 대부분 폐기되거나 비료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일본의 요리 레시피 사이트나 요리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고춧잎을 식재료로 활용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블로그에는 “고춧잎은 먹을 수 있는 건가요?”라는 수준의 질문이 등장할 정도다.
이는 일본 식문화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일본 요리에서는 열매, 뿌리, 꽃 등에 비해 ‘잎’을 활용한 식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깻잎이나 들깻잎처럼 향채소 역할을 하는 채소들도 일본에서는 활용도가 낮고 인지도가 낮다. 고춧잎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식재료로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열매 중심의 고추 재배 과정에서 잎에 살충제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반면 한국은 고춧잎을 위한 별도의 관리와 수확도 이뤄진다. 음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작물이라 해도 활용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고춧잎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재료가 일본에서는 버려지는 이유다. 다만 최근에는 일본 내 일부 한식 전문점이나 한국 식자재 마트에서 고춧잎 무침이나 된장국용 고춧잎을 판매하는 사례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일부 일본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반찬 중 신선한 향이 인상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일부에 그친다.
고춧잎의 건강 효능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고추는 대표적인 매운 채소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시력 보호와 피부 건강, 심장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고추에 포함된 비타민 C는 사과의 20배, 귤의 3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비타민 C의 산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해,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한다.
또한 캡사이신은 지방 분해를 촉진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으며, 통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매운맛이 처음에는 통증처럼 느껴지지만, 뇌를 자극해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만들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신경통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단, 과도한 섭취는 위장 자극과 설사, 간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고춧잎은 단순한 반찬용 채소가 아닌,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건강 식재료다.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친숙한 고춧잎이지만, 일본에서는 거의 식용되지 않는 이 아이러니는 음식문화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생활 방식과 농업 생태계, 식품안전 인식의 차이까지 아우른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고춧잎처럼 평범한 식재료가 또 다른 문화에선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식탁 위에도 분명 국경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