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있는 식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나물'
2025-04-1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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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비빔밥 재료로도 일품인 '국민 나물'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산나물이 있다. 겉모습은 고사리와 비슷하지만, 예부터 귀하게 여겨진 식물로 만든 나물이다. ‘고비’에 대해 알아보고, '고비나물' 무치는 법을 살펴보자.

고비는 고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다. 키는 80~100cm까지 자라고, 봄이면 어린 순이 돋는다. 뿌리줄기는 땅속 깊숙이 단단하게 뻗는다. 고사리처럼 포자로 번식하고, 꽃이나 씨앗은 없다.
잎은 영양엽과 생식엽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먹는 것은 영양엽이며, 어린 영양엽은 용수철처럼 말려 있다가 자라면서 점차 풀린다. 붉은빛이 도는 솜털로 덮여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적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비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할린, 대만 등 동아시아 온대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고비는 그늘지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고사리는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무리 지어 자라지만, 고비는 숲속 계곡이나 산기슭의 물기 많은 토양을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야산의 습한 산록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히말라야 같은 고지대에서도 발견된다.
봄이 되면 습한 들판이나 산기슭에서 어린 순이 올라온다. 이러한 서식 환경 때문에 고비는 고사리 대비 채취가 까다롭고, 양도 적어 귀한 취급을 받았다.
고비는 예로부터 사람들 삶에 깊이 자리 잡아 왔다. 고사리처럼 식용으로 쓰였고,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약재로 활용했다. 고비의 뿌리줄기는 감기로 인한 발열, 피부 발진, 기생충 제거, 지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봄과 여름에 채취한 줄기와 잎을 말려 인후통 치료에 썼고, 뿌리는 이뇨제로 활용했다고 한다.

고비와 고사리는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고비는 고비과, 고사리는 고사리과에 속한다. 고비는 한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자라지만, 고사리는 한 줄기만 나온다. 키도 다르다. 고비는 1m 정도로 고사리보다 크게 자란다. 어린잎은 둥글게 말려 솜털에 싸여 있고, 나사 모양을 닮았다. 반면 고사리는 줄기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며 주먹을 쥔 듯한 모양이다.
서식지에도 차이가 있다. 고사리는 햇볕 잘 드는 건조한 곳에 무리 지어 자라지만, 고비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란다.
고비는 고사리 대비 씹는 맛이 좋다. 살짝 쓴맛이 있으나, 삶아서 물에 우려내면 금세 부드러워진다. 한국에서는 주로 어린 순을 나물로 볶거나 육개장, 국, 찌개에 넣어 먹는다.
고비나물을 무치려면, 먼저 고비 200g을 준비한다. 삶지 않은 생고비일 경우, 끓는 물에 5분간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이후 넉넉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쓴맛과 독성을 제거한다. 이때 30분마다 물을 갈아주는 것이 좋다. 이미 삶아진 말린 고비라면, 미지근한 물에 3시간 정도 불린 뒤 물기를 꼭 짠다.

손질한 고비는 먹기 좋은 5~7cm 길이로 썬다. 볼에 고비를 넣고, 다진 마늘 1작은술(약 5g), 국간장 1큰술(약 15ml), 참기름 1큰술(약 15ml), 통깨 1작은술(약 3g)을 넣는다. 기호에 따라 다진 파 1큰술(약 10g)을 추가해도 된다.
양념이 고루 배도록 손으로 1~2분 정도 무친다. 너무 세게 무치면 고비의 부드러운 결이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렇게 완성된 고비나물은 반찬으로 바로 먹어도 좋고, 비빔밥 재료로 활용해도 잘 어울린다. 적당한 간과 고소한 풍미가 어우러져 밥상 위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뿌리에서 녹말을 뽑아 떡을 만들거나, 튀김으로 요리하기도 한다. 고비는 단백질, 비타민 A, B2, C, 펜토산, 카로틴, 니코틴산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도 이롭다.
고비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소비된다. 일본에서는 '젠마이'라 부르며, 삶거나 찐 후 국물 요리에 넣는다. 중국에서는 '줴차이'라 부르며, 채소처럼 볶아 먹는다. 반면, 서양에서는 고비나 고사리 모두 익숙하지 않다. 특히 유럽에서는 고사리를 독초로 여기기도 했다.
고비는 4월부터 5월 중순 사이에 어린 순을 채취해야 한다. 이 시기를 지나면 순이 금세 억세져 먹기 어렵다. 줄기 아랫부분에 잎이 없고, 털이 잘 벗겨지며, 신선한 향이 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다만, 고비는 독성이 있으므로 생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 삶은 뒤 1~2시간 이상 물에 담가야 하며, 이때 물은 2~3번 갈아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고비에 함유된 독성이 제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