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조미김 최초로 만든 'K푸드의 산증인' 별세 소식 전해졌다
2025-04-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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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조미김 최초로 만든 김광중 삼해상사 창업주 별세

조미김은 한국의 대표적인 반찬이자 간식이다. 구운 김에 참기름, 들기름, 소금 등을 발라 맛을 냈다. 일반적인 김보다 풍미가 강하고 짭조름하며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밥과 함께 먹거나, 김밥 재료로 활용되며 때로는 별도 간식으로도 즐겨 먹는다. 얇고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기름 향은 한국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최근에는 와사비맛, 매운맛, 김치맛 등 다양한 맛의 조미김이 개발돼 해외 수출도 활발하다. 조미김은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K-푸드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간편하고 보관이 쉬우며 건강식 이미지까지 더해져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런 한국식 조미김을 처음 만든 김광중 삼해상사 창업주가 지난 9일 오후 5시 5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연합뉴스가 11일 전했다. 향년 만 89세. 유족은 1남 4녀와 며느리, 사위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 7시 40분, 장지는 천안공원이다.

고인은 1935년 6월 20일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으며 고등고시에 떨어진 뒤 무역회사 영업 담당을 거쳐 1968년 서울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위탁 판매를 하는 삼해상사를 창업했다.
고인은 처음에는 김 위탁 판매를 하다가 차츰 공장과 창고를 사들여 비수기에 물량을 비축했고 이후 김 가공을 시도했다. 당시 조미김은 일식집 등에서 술안주로 파는 일본식 조미김 정도만 있었다. 일본식 조미김은 간장을 발라 굽는 탓에 기름을 발라 굽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선호도가 낮은 편이었다.
고인은 1981년 일본에서 기계를 들여와 일본식 조미김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의 냉랭한 시장 반응을 겪어야 했다. 할 수 없이 마른 김 조각을 라면에 넣기 위해 납품을 하는 한편, 일본에서 들여온 기계를 분해했다 조립하길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끈질긴 노력 끝에 1982년 5월 기름과 소금을 발라 굽는 한국식 조미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형 조미김이 히트하자 유명 업체가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됐다. 그러자 고인은 일단 조미김 가공 업체를 팔고 유통에만 주력하다가 수년 후 '명가김' 브랜드로 다시 조미김 제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엔 국내 시장 대신 수출과 주문 생산에 의존했다.

고인은 2005년 아들 김덕술 씨를 사장에 임명했다. 아들 김 씨는 김산업연합회를 설립하고 김 관련 국제식품규격을 만드는 등 가업을 이었다. 회사는 2018년 무역의 날에 70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고 김 관련 특허 20여 건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2년에는 김 수출 6억 9000만 달러 달성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들 부자는 2019년 CJ제일제당에 기업 지분을 넘겼다. 아들 김 씨는 "김 시장 국제화 추세에 맞춰서 투자를 늘리려면 상장을 해야 했지만 (고인이) 상장할 경우 어민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니 대기업에 매각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