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사랑받는데... 한국선 “약냄새 난다”며 질색하는 사람 많은 채소

2025-05-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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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 크게 갈리는 건강 채소

셀러리 / 픽사베이
셀러리 / 픽사베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채소가 있다. 셀러리도 그중 하나다. 독특한 향과 아삭한 식감으로 세계 요리의 조연이자 주연으로 활약하지만, 한국에선 그 강렬한 존재감이 호불호를 갈라놓는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 장식에서부터 현대 다이어트 식단의 단골손님까지 수천 년을 이어온 채소인 셀러리에 대해 알아봤다.

셀러리 / 픽사베이
셀러리 / 픽사베이

셀러리는 미나리과에 속한 이년생 식물이다. 지중해 연안과 중동 지역이 원산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300년쯤 무덤에 장식용으로 사용했고, 그리스에서는 승리의 상징으로 올림픽 선수들의 머리에 셀러리 화관을 씌웠다. 16세기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식용 작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서 재배된다.

셀러리는 줄기, 잎, 씨앗, 뿌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 줄기는 셀러리 스틱으로 불리며 생으로 먹거나 요리에 활용되고, 잎은 허브처럼 샐러드나 수프에 넣는다. 뿌리는 셀러리악(celeriac)으로 불리며 주로 유럽에서 구이, 매시, 수프로 조리된다. 씨앗은 향신료로 사용되거나 기름을 추출해 아로마테라피에 쓰인다.

셀러리의 맛과 향은 강렬하고 독특하다. 줄기를 씹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약간 쓴 맛과 짭짤한 풍미가 퍼진다. 이 맛은 셀러리에 함유된 프탈라이드(phthalides)와 폴리아세틸렌(polyacetylenes) 같은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향은 미나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강하고 풀 내음이 진하다. 이 향의 주범은 테르펜(terpenes)과 아피올(apiol)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생으로 먹을 때는 향이 더 두드러지며, 열을 가하면 쓴맛이 줄고 부드러운 단맛이 올라온다.

한국인들 사이에선 이 특유의 향 때문에 ‘이게 무슨 냄새냐’라면서 셀러리를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미나리나 고수, 당귀를 먹을 때처럼 강한 향을 낯설거나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셀러리에서 한약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생 셀러리의 톡 쏘는 향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반면 서양 요리에서는 이 향이 샐러드를 신선하게 만들고, 수프나 스튜에 깊은 풍미를 더한다고 여겨 필수 재료로 꼽힌다.

셀러리는 저칼로리 건강식의 대명사다. 100g당 칼로리는 16kcal에 불과하지만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비타민 K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37%, 비타민 C는 5%, 엽산은 9%를 제공한다. 칼륨 260mg, 칼슘 40mg, 마그네슘 11mg이 포함돼 혈압 조절과 뼈 건강에 기여한다. 식이섬유(1.6g)는 장 건강과 소화를 돕는다. 항산화 성분인 아피제닌(apigenin)과 루테올린(luteolin)은 염증을 줄이고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아피제닌은 유방암과 췌장암 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셀러리의 프탈라이드는 혈관을 이완시켜 고혈압을 낮추고, 폴리아세틸렌은 항균 작용을 한다. 씨앗에서 추출한 셀러리 오일은 소화 촉진과 간 해독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셀러리 활용법은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앤트 온 어 로그(Ants on a Log)’라는 간식으로, 셀러리 줄기에 땅콩버터를 바르고 건포도를 올려 먹는다. 프랑스 미르푸아(mirepoix)나 이탈리아 소프리토(soffritto)처럼 양파, 당근과 함께 볶아 수프와 스튜의 베이스로 사용된다. 샐러드로 먹을 땐 루꼴라나 상추와 섞어 아삭한 식감을 더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쌈 채소, 샐러드, 또는 육수 재료로 쓰이지만 강한 향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는 덜하다.

셀러리 / 픽사베이
셀러리 / 픽사베이

한때 셀러리 주스가 디톡스 음료로 유행한 적ㅇ 있다. 미국에서 셀러리 주스가 체중 감량과 염증 완화에 좋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제한적이다.

재배는 비교적 까다롭다. 셀러리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며, 15~21도에서 잘 자란다. 직사광선보다는 반그늘을 선호하고 물빠짐이 좋은 토양이 필요하다. 씨앗은 발아율이 낮아 발아까지 2~3주가 걸릴 수 있다. 수확은 씨를 뿌린 후 90~120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줄기가 20~25cm 정도 자랐을 때 자른다. 한국에서는 봄과 가을에 주로 재배된다. 여름철 고온에서는 잎이 쓰고 질겨진다.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수확 후 냉장고에서 습기를 유지하며 보관해야 하며, 2~4주 내 소비하는 것이 좋다. 잎이 시들면 향과 식감이 떨어진다.

셀러리의 역사는 깊다. 고대 중국에서는 기원전 5세기부터 약용으로 사용됐다. 소화를 돕고 진정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셀러리 씨앗을 이뇨제와 해열제로 썼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셀러리가 ‘신경 진정제’로 팔리며 건강식 열풍을 일으켰다. 현대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다. 낮은 혈당 부하 지수(4) 덕분에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 단 셀러리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은 입술 부종이나 가려움증을 겪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셀러리는 소금 함량이 100g당 80mg으로 채소치곤 높은 편이라 저염식을 먹는 이들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셀러리는 요리에서 다재다능하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톡 쏘는 향이 살아있지만, 볶거나 끓이면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나온다. 한국 요리에서는 된장국이나 탕에 넣어 깊은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셀러리 씨앗은 케이준 시즈닝이나 커리 혼합물에 들어가며, 셀러리 소금은 칵테일이나 스프에 감칠맛을 낸다. 영국에서는 셀러리를 블러디 메리 칵테일 장식으로 사용한다. 셀러리 향을 덜 부담스럽게 즐기려면 열을 가하거나 크림치즈, 마요네즈 같은 부드러운 소스와 함께 먹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셀러리 / 픽사베이
셀러리 / 픽사베이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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