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에겐 해외출장 거짓말" 성범죄로 구속된 전직 기자의 호소

2025-04-19 18:35

add remove print link

후배 기자 준강간미수 혐의로 1심 실형…“가족 생활고 견디기 힘들다” 주장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ita Stock Images-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ita Stock Images-shutterstock.com

직장 후배 여기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기자가 항소심 재판에서 가족을 언급하며 선처를 구했다. 그는 "딸들에게 아버지가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해외 출장 중이라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판부에 가정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19일 세계일보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에서 열린 준강간미수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 A(44) 씨는 "평소 손가락질하던 범죄를 내가 저질렀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재판에서 A 씨가 특히 강조한 것은 범행 이후 가족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고통이었다.

그는 "저로 인해 많은 걸 포기당한 딸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아내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교도소에 보내고 감당 못 할 생활고까지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디 사회로 복귀해 가족들이 겪는 생활고를 해결하게 해 달라. 아이들 곁에서 함께 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건은 2020년 12월 언론사 기자였던 A 씨가 회사 직원들과 워크숍을 떠난 강원 원주시의 한 캠핑장에서 벌어졌다.

그는 숙소에서 잠든 후배 기자 B 씨에게 다가가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잠에서 깬 B 씨가 "이건 아니에요"라고 소리치며 도망쳐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당시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B 씨는 회사 내에서 A 씨의 영향력이 상당하고, 이직을 해도 상급자인 A 씨의 평판 조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신고를 망설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피해 사실을 배우자와 가족들에게 알리기도 힘들었다.

결국 B 씨는 다른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고 난 이후에야 A 씨를 고소할 수 있었다.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는 1심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1심에서 "사건 당시 숙소에서 피해자와 따로 잠들었고 눈을 떠보니 피해자의 등이 보여 깨웠다”며 “피해자가 갑자기 ‘이건 아니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거나 성관계를 시도한 사실이 없다”며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취해 피고인을 오해했거나 착각한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의 주요 부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여기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꾸며내기 어려운 사항까지 포함돼 있다"며 "법정에서 실시된 증인신문 당시 피해자의 태도나 뉘앙스 등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2021년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됐음에도 두 달 뒤 퇴사했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며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처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허위 사실을 진술해 피고인을 무고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또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짚었다.

고소가 뒤늦게 제기돼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A 씨 주장과 관련해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네 입사 동기는 정규직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널 버리려고 했을 때 나만 반대했다’, ‘너 기자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는 회사 내 영향력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 이유에 대해 "이와 같은 사건은 1년 6개월이면 양형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항소한 이유는 피해자가 그간 겪었던 고통이 너무 심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30일 춘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