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들은 외면하는데… 제주도선 귀한 별미로 꼽히는 의외의 '생선'

2025-05-0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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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입질에 설렜다가, 막상 낚이면 실망스러운 '생선'

낚시꾼에겐 잡어, 제주도에선 귀한 별미로 통하는 생선이 있다. 툭 튀어나온 이마, 주걱 같은 턱, 날카로운 이빨까지. 낚시꾼도 당황할 만큼 독특한 생김새의 이 생선은 ‘혹돔’이다.

혹돔 회 자료 사진. / 유튜브 '수빙수tv sooBingsoo'
혹돔 회 자료 사진. / 유튜브 '수빙수tv sooBingsoo'

혹돔은 놀래기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이름에 ‘돔’이 들어가지만 참돔이나 감성돔 같은 도미과와는 전혀 다르다. 몸길이는 보통 60cm 정도지만 최대 1m, 무게는 14kg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이다. 몸은 길쭉한 타원형이고, 주둥이는 뾰족하다. 어린 혹돔은 선홍색 몸에 흰색 세로줄과 검은 반점이 선명하다.

성어가 되면 붉은빛이 짙어진다. 특히 수컷은 이마에 주먹만 한 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혹은 정소 호르몬에 의해 생긴 지방 덩어리로,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이를 삶아 기름을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빨은 육식동물처럼 날카롭고 단단해 게, 새우, 전복, 성게 같은 갑각류나 패류를 쉽게 부숴 먹는다.

혹돔은 온대 지역의 바다, 주로 수심 20~30m 암초 지대에 산다. 한국에서는 남해, 제주도, 동해 남부, 독도 근방에서 발견된다. 해외로는 일본 혼슈 중부 이남, 동중국해, 남중국해까지 분포한다. 과거 한국에서 혹돔은 ‘비늘 한 장 보고 30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귀한 물고기로 여겨졌다. 이 속담은 10kg 넘는 대형 혹돔을 잡기 위해 어부들이 멀리까지 쫓아갔다는 데서 유래했다.

'자산어보'에는 혹돔을 ‘유어’라 부르며, 도미와 비슷하지만 맛은 덜하다고 기록돼 있다. 지역마다 이름도 다양해 제주도에서는 ‘웽이’, 통영에서는 ‘엥이’, 전라도에서는 ‘딱도미’나 ‘혹도미’, 거제에서는 작은 개체를 ‘솔라리’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고부다이’(혹돔) 또는 ‘간다이’(겨울돔)라 불리며, 중국에서는 ‘저류어’(돼지혹물고기)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2017년 일본에서는 혹돔 '요리코'와 잠수부 '아라카와 히로유키'가 27년간 교감해 화제가 됐다.

유튜브 '수빙수tv sooBingsoo'

혹돔은 성전환 어종으로, 어린 시절에는 성별이 구분되지 않다가 성장하면서 모두 암컷으로 변한다. 이후 일부는 수년간 천천히 수컷으로 바뀐다. 무리에 수컷이 없으면, 가장 큰 암컷이 수컷으로 변해 성비를 조절한다. 수컷은 이마의 혹과 부풀어 오른 아래턱으로 구분된다. 생태의 많은 부분은 아직 연구 중이라 미스터리한 어종으로 남아 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혹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감성돔이나 돌돔 낚시 중 큰 입질에 설렜다가 혹돔이 올라오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 손맛은 좋지만, 대상 어종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부 낚시 커뮤니티에서는 혹돔을 ‘잡어’로 치부하며, 방생하거나 버리는 사례가 흔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귀한 생선으로 대접받는다.

혹돔은 수분이 많고 살이 부드러워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비린내가 강하고, 껍질을 벗기면 색이 빠르게 변해 활어회로는 덜 인기다. 하지만 35cm 이상 큰 개체는 회로도 먹을 만하다. 약간 얼린 뒤 참치회처럼 김에 싸서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나쁘지 않다. 제주도에서는 국물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특히 미역국을 끓이면 육수가 뽀얗고 진하게 우러난다. 구이로 먹을 때는 가마살이 맛있고, 볼살은 닭고기와 비슷한 식감이 난다.

혹돔은 뼈가 단단해 손질에 주의해야 한다. 칼질에 익숙하지 않으면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머리 부분은 지방이 많아 맛이 떨어지므로 먹지 않는 편이 낫다. 낚을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혹돔은 이빨이 날카로워 맨손으로 만지기 위험하니 장갑을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바늘을 빼거나 줄을 끊기도 해, 튼튼한 장비를 써야 한다.

혹돔 자료 사진. / Fishkaz1973-shutterstock.com
혹돔 자료 사진. / Fishkaz1973-shutterstock.com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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