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산골 맑은 물에서만 사는 쌀알처럼 작은 '한국 수산물'
2025-05-04 00:05
add remove print link
민물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한국 고유종 조개

바다가 아닌 산골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조개가 있다. 쌀알처럼 크기가 작아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초소형 수산물이다.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자 생태적 가치가 높은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생물은 '산골조개'다.
산골조개는 한국의 고산지대 계곡이나 습지와 같은 1급수 청정 환경에서 서식하는 민물조개다.
산골조개는 바다나 갯벌이 아닌 깊은 산속의 깨끗한 물에서만 발견되며 주로 우리나라 강원도, 경상북도, 제주도 등 한국의 주요 산지에서 존재가 확인된다. 특히 강원도 춘천시가 모식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지리산, 대암산, 한라산 백록담 등에서도 서식 기록이 있다.
산골조개의 크기는 매우 작다. 쌀알만 한 3~6.6mm 정도로 매우 작아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렵고 현미경을 통해 움직이는 조갯살을 확인할 수 있다.

산골조개의 패각은 긴 삼각형 모양이다. 표면에는 뚜렷한 성장륵과 가는 성장맥이 촘촘히 나타나며 얇은 황색 각피로 덮여 약한 광택을 띤다. 각정은 뒤쪽에 위치하며 돌출이 적고 앞쪽 등면은 길고 뒤쪽 등면은 짧은 형태를 지니고 있다.
산골조개는 자웅동체다. 수정된 알은 모패 내에서 유패로 성장한 후 방출되는 독특한 생식 방식이다. 산골조개는 진흙이 많은 습지나 수온이 낮은 1급수 환경에서만 생존 가능하다. 이는 환경 오염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정 지역의 생태 지표종으로 서식지 상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8년 제주도에서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가 제주시험림 내 습지대에서 산골조개를 발견했을 때 해당 지역이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임을 증명하는 증거로 평가됐다. 당시 발견된 산골조개는 100㎡ 면적에 1㎡당 10~15개가 집단 서식 중이었다. 이는 1908년 일본 학자 구로다가 한라산 백록담에서 처음 산골조개를 채집한 이후 100년 만의 재발견이었다.

이런 가운데 산골조개는 개체 수 감소 위협에 직면해 있다. 뼈와 관절 건강에 좋다는 속설로 인해 약용 목적의 남획이 이뤄지고 있다. 산골조개 1개당 약 300원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골조개는 크기가 작아 채취가 어렵고 한 번에 많은 양을 얻기 힘들다. 또 산지 개발과 습지 건조화로 산골조개의 서식지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현재 산골조개 보호를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서식지 모니터링과 환경 보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주민의 채취와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은 여전히 문제다. 산골조개의 서식지 보호는 단순한 종의 보존을 넘어, 청정 습지 생태계와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