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제주에만 서식…흑돼지보다 고기 맛이 뛰어난 '신비로운' 한국 동물

2025-05-01 00:05

add remove print link

고기 맛이 우수해 임금님 생일상에 오르기도

제주 한라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제주도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 한라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제주도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 제주에서만 서식하며 신비로운 생김새 등으로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동물(가축)이 있다. 바로 '제주흑우'다.

제주흑우는 한국 제주도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한 고유의 소 품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토종 가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사육되며 독자적인 유전적 특성과 모습을 형성해 왔다.

제주흑우는 체중이 약 200~300kg 정도로, 한우나 외국 소 품종에 비해 작다. 검은색 또는 흑갈색 털을 가지며 근육이 단단하고 다리가 짧아 험준한 지형에서도 잘 적응한다. 질병 저항력도 강하고 적은 사료로도 생존할 수 있는 강한 생존력을 지녔다. 이런 특성은 제주도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다. 성격은 온순한 편이어서 사육이 비교적 용이하다.

제주흑우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약 2000년 전 한반도에 소가 도입된 이후 제주도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외부와의 교류가 제한적이었고 이로 인해 제주흑우는 다른 지역의 소 품종과 교잡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진화했다.

조선시대에는 제주흑우가 농경과 운송, 제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특히 제주도민의 생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외국 품종의 도입과 현대화로 인해 제주흑우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제주흑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흑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흑우는 단순한 가축을 넘어 제주도의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농사와 운송 수단으로 필수적이었으며 오늘날에는 희소성과 고유성으로 주목받는다. 제주흑우 고기는 지방 함량이 적고 육질이 단단하며 특유의 감칠맛이 강해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또 제주흑우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며 이를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과거 제주흑우는 외래 품종의 유입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했으나 1980년대부터 정부와 지역 사회의 보존 노력이 시작됐다. 제주흑우는 유전적 고유성과 문화적 가치로 인해 2013년 천연기념물 제549호로 지정됐다. 이후 유전자 보존과 증식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흑우는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생명연구원에서 보호·관리되고 있다. 이들 제주흑우는 순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를 받는다.

고기로 판매되는 제주흑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체와는 별개로 제주도 내 농가와 축산농장에서 사육된다. 이들 제주흑우는 천연기념물 흑우의 유전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되, 고기 품질을 높이기 위한 사양 관리(사료, 사육 환경 등)가 적용된다. 제주흑우를 활용한 브랜드 육류 개발과 지역 특산물로의 마케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흑우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된 정규 진상품으로 사용됐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제주흑우는 고기 맛이 우수해 임금님의 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 등 삼명일에 진상품으로 공출됐으며 나라의 주요 제사에서 제향품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중에 제주흑돼지보다 제주흑우의 고기 맛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흑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제주흑우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제주흑우가 제주마 방목지 초원에 방목돼 일반에 공개되는 행사가 열린다. 제주도 축산생명연구원은 제주흑우 10마리를 4월 30일부터 9월 말까지 제주마 방목지에서 시범 방목한다고 최근 밝혔다.

제주흑우는 201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생명연구원에서 보호·관리돼 왔다. 이번에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인 5·16도로변 제주마 방목지로 이전해 일반에 공개된다.

연구원은 이번 방목을 위해 구획을 설정하고 울타리를 설치했으며 제주 흑우의 역사와 특징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설치한다. 방목 관리는 목초지를 여러 구획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방목하는 윤환방목 방식으로 진행된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