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코딱지’를 닮은 이 들풀... 알고 보니 맛있는 나물이었네요

2025-05-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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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은은한 맛으로 입맛 사로잡는 한국 나물

봄이면 들판과 밭둑에서 작고 앙증맞은 보라빛 꽃을 피우며 조용히 얼굴을 내미는 나물이 있다. 광대나물. 언뜻 보기에 그저 흔한 잡초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의 산과 들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해온 소중한 나물이다. 부드럽고 은은한 맛으로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 광대나물. 코딱지나물이라는 귀여운 별칭으로도 불리는 광대나물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자.

광대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광대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광대나물, 어떤 식물이길래...

광대나물은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유라시아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한국에 이미 오래전부터 정착해 전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높이 10~3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는 네모난 모양에 자줏빛이 살짝 돌고,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 형태로, 아래쪽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진 둥근 모양이고, 위쪽 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를 감싸는 반원형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앞뒷면 맥 위에는 잔털이 나 있다.

3~5월이면 잎겨드랑이에서 붉은 보라색 꽃이 여러 개씩 돌려난 듯 피어난다. 특히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철인 11~2월에도 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다. 길이 1.5~2cm의 꽃은 긴 대롱 모양의 화관을 갖는다. 아랫입술은 3갈래로 갈라지고 윗입술은 살짝 굽은 형태다. 열매는 7~8월에 익는 분과로, 달걀 모양에 흰 반점이 특징이다. 광대나물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코딱지나물, 접골초, 등롱초, 보개초, 진주연, 불좌, 풍잔, 연전초, 대동전칠, 랍촉탁초 등이 있다. 코딱지나물이라는 이름은 잎의 작고 동그란 모양이 코딱지를 닮았다는 데서, 보개초는 잎이 불탑의 상륜부 보개와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광대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광대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광대나물은 양지바른 풀밭, 습한 길가, 밭 가장자리에서 잘 자란다. 한국 전역, 특히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밭에서 흔히 발견된다. 중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광대나물 씨앗에 개미가 좋아하는 입자가 붙어 있다. 덕분에 개미를 통해 활발하게 번식한다. 개미가 씨앗을 옮기다 입자가 떨어지면 씨앗을 버리는데, 이를 통해 광대나물은 멀리 퍼져나간다. 또한 꽃이 벌과 나비를 유도해 수분을 돕지만, 실패할 경우 폐쇄화라는 자가수분 꽃을 만들어 씨앗을 생산한다. 이런 강인한 생존력 덕에 광대나물은 잡초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끈질기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식물이다.

제철과 요리, 광대나물의 맛

광대나물의 제철은 이른 봄부터 초여름, 특히 3~5월이다. 이 시기에 어린 잎과 줄기는 부드럽고 식용으로 가장 적합하다.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자라지만, 봄철의 연한 순이 맛과 식감 면에서 최고로 꼽힌다. 광대나물은 나물로 먹기 위해 주로 채취하며, 손질과 조리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대표적인 요리는 광대나물무침이다. 광대나물의 부드러운 잎과 어린 줄기만 골라 깨끗이 씻는다. 단단한 줄기는 식감이 질겨질 수 있으니 제거하는 게 좋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30초 이내로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이후 듬성듬성 썬 나물에 다진 파, 다진 마늘, 멸치액젓, 참치액, 빻은 깨,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양념은 입맛에 맞게 조절하되, 짜지 않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만든 광대나물무침은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광대나물 무침 레시피 / '요리고수' 유튜브

광대나물은 된장국에 넣어 끓이거나, 생초를 짓찧어 타박상 치료에 바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맛은 맵고 약간 쓰면서도 깔끔하다. 도드라지지 않는 담백한 맛 덕에 다른 강한 반찬과 함께 먹어도 조화를 이룬다. 어떤 이들은 광대나물의 향을 ‘봄의 풀내음’이라 표현하며, 그 신선함이 식탁에 생기를 더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광대나물무침 한 접시는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

몸에 좋은 광대나물, 그 효능들

광대나물은 단순한 나물이 아니라 약용으로도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은 평하거나 따뜻해 몸이 차가운 사람이나 맥이 약한 이들에게 특히 좋다.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토혈, 코피, 고혈압 치료에 썼다. 혈액순환 촉진, 혈전 제거, 관절염, 근육통, 신경통, 허리 통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연골 조직 강화와 뼈 재결합 기능 때문에 접골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척추신경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나 뼈 쑤시는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광대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광대나물 / 국립생물자원관

또한 만성간염, 간경화, 간 부종, 황달 치료에 효과적이며, 축농증, 자궁근종, 중풍, 림프절염 치료에도 쓰였다. 종기나 인후염 치료, 타박상 완화에도 생초를 짓찧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광대나물은 약성이 강해지는 여름철에 지상부를 베어 말린 뒤, 물 1리터에 5~10g을 감초와 섞어 달여 차로 마신다. 다만 따뜻한 성질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과용을 피해야 한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격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나물로 먹을 때는 반드시 데쳐서 약간의 독성을 제거한 뒤 섭취해야 한다. 꽃은 독성이 없어 안심하고 다룰 수 있다.

광대나물은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도 사용된다. 향기가 좋아 허브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말린 잎과 줄기는 약재로, 꽃은 장식이나 향기로, 이처럼 광대나물은 다재다능한 식물이 광대나물이다.

광대나물 / 자연팜앤쿡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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