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보다 더 위험한 건 ‘이것’…젊은 지방간 환자 급증하는 이유
2025-05-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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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없는 지방간, 숨겨진 건강 위험
당신도 모르는 간의 조용한 경고

건강검진을 받은 후 ‘지방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대부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방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으로도 간에는 약간의 지방이 포함돼 있지만, 전체 무게의 5% 이상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본다. 지방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술이 원인인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데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최근 20~40대 사이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지방간이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말처럼 기능이 상당히 손상될 때까지도 특별한 증상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로감이 심하거나, 오른쪽 윗배가 뻐근하거나 묵직한 느낌이 드는 정도가 전조증상일 수 있지만, 대다수는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특히 간 수치(AST, ALT)가 정상이라 해도 지방간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초음파 검사가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과도한 열량 섭취, 당분과 포화지방이 많은 식사, 운동 부족, 비만, 이 네 가지가 핵심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지방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뱃살이 많을수록 간에도 지방이 축적되기 쉽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지방간이 생기는 이유는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와 앉아 있는 생활습관 때문이다. 정제된 탄수화물, 설탕, 튀긴 음식, 단 음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지방이 간에 쌓인다. 또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운동량이 부족하면 에너지 대사가 떨어지고, 지방은 간으로 향하게 된다.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단순한 지방 축적 상태를 넘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는 간세포 손상과 염증을 동반하며, 간 섬유화 → 간경변증 → 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더 이상 단순한 ‘생활습관병’이 아닌 ‘위험 질환’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치료는 생각보다 명확하다. 핵심은 체중 감량이다. 체중을 5~10%만 줄여도 간의 지방 축적이 줄고 염증 반응도 개선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식단 조절이 중요하다. 설탕과 가공식품을 줄이고, 야채, 단백질, 복합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로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일도 당분이 많은 종류보다는 사과, 베리류처럼 당이 적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운동은 필수다.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하루 3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좋다. 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은 간의 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운동은 간세포 내 지방을 직접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지방간 자체를 없애주는 특효약은 아직 없다. 다만 동반된 고지혈증이나 당뇨가 있을 경우 이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이 치료의 중심이며, 병원에서는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와 초음파 추적 관찰을 권장하고 있다.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안심할 수 없고, 살이 조금만 쪄도 간에 지방이 쌓일 수 있다. 간은 증상이 없다고 무시하면 결국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기다. 지금 배가 나오고 이유 없이 피곤하다면, 가장 먼저 간을 의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