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튜버가 사상 최초로... '95년 역사' 춘향 선발대회서 이런 일은 처음
2025-05-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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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미스춘향 첫 탄생... 에스토니아 출신
95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춘향선발대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 치러진 제95회 춘향제 글로벌춘향선발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외국인 미스춘향이 탄생했다. 에스토니아 출신 마이(25)가 ‘춘향 현’으로 선발되며 춘향제의 글로벌 무대를 빛냈다.

마이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재학 중인 25세 에스토니아 여성이다. 그는 구독자가 15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인 ‘김치귀신’으로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며 주목받아왔다. 지난해 대회에서 1차 예심을 통과했으나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던 마이는 올해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본선 무대에 올라 춘향 현으로 선발되며 95년 춘향제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 600여 명의 지원자 중 단 한 명의 외국인으로 본선에 진출한 마이는 동양적 미와 예의, 지성을 겸비한 모습으로 심사위원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마이의 당선은 춘향선발대회가 글로벌 대회로 격상된 이후 외국인 참가의 문호를 개방한 결실로 평가된다. 마이는 남원시 홍보대사로 위촉돼 앞으로 3년간 국내외 행사에서 춘향의 정신을 전파할 예정이다.
이번 제95회 글로벌춘향선발대회는 지난달 30일 전북 남원시 요천로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총 626명이 지원해 1, 2차 예심을 거쳐 38명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서는 진·선·미·정·숙·현 6명의 본상 수상자와 특별상 수상자가 선발됐다.
최고 영예인 ‘춘향 진’에는 연세대 통합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김도연(20)이 뽑혔다. 김도연은 한복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한복 디자인을 통해 남원의 ‘한복 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춘향 선’에는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이지은(21), ‘춘향 미’에는 홍익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졸업생 정채린(26), ‘춘향 정’에는 동덕여대 경영학과 졸업생 최정원(24), ‘춘향 숙’에는 이화여대 국제학과 이가람(22)이 각각 선발됐다.
특별상인 글로벌 앰버서더에는 캐나다 출신 김소언(23·전북대 의류학과)과 미국 출신 현혜승(24·펜실베니아대 도시계획 석사 과정)이 선정됐다. 코빅스(춘향제 후원기업) 상은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박세진(22)에게 돌아갔다. 이들 9명은 모두 남원시 홍보대사로 임명돼 춘향제 기간 동안 퍼레이드와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남원의 매력을 알린다. 김도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한복 교복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할 정도로 한복을 사랑해왔다”며 “춘향제는 단순한 미의 대전이 아니라 남원과 춘향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라고 소감을 전했다.
춘향선발대회는 1950년 제20회 춘향제에서 시작된 이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미인대회로 자리 잡았다. 춘향가에 등장하는 성춘향을 기리며 지덕예체를 겸비한 여성들을 선발한다. 심사 기준은 외모뿐 아니라 몸가짐, 예의범절,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과거에는 동양적 미를 강조해 서구적 외모의 지원자가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시대가 변하며 기준도 유연해졌다. 다만 과도한 성형은 심사에서 불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는 세는 나이로 18세에서 24세 여성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참가를 허용해 글로벌 대회로 탈바꿈했다. 본선 진출자는 11박 12일의 합숙을 거쳐 심사에 임한다.
춘향선발대회는 그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연예계 등용문’으로 불렸다. 1979년 최란, 1988년 박지영, 1992년 오정해, 1994년 윤손하, 2001년 장신영, 2006년 강예솔, 2019년 황보름별 등이 미스춘향 출신이다. 특히 오정해는 판소리 실력으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와 ‘천년학’에 출연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 출신 연예인은 춘향제의 전통과 미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춘향제는 ‘춘향의 소리, 세상을 열다’를 주제로 오는 6일까지 광한루원과 요천변 일대에서 열린다. 1931년 일제강점기 춘향사당 건립과 함께 시작된 춘향제는 9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왔다. 춘향선발대회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