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유독 생각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과하게 먹으면 몸 망칩니다
2025-05-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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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덩어리에 나트륨까지 높은 수제비…소화 장애, 혈당 급상승 유발할 수 있어
유난히 비가 오면 유혹처럼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칼칼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매력적인 ‘수제비’다. 습하고 눅눅한 날,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수제비 한 그릇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 수제비가 알고 보면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을까?

수제비는 밀가루 반죽을 뜯어낸 뒤 국물에 끓여 먹는 단순한 음식이다. 조리법이 간단하고 재료가 소박해 오래전부터 서민 식탁에 자주 오르던 메뉴다. 그러나 건강 전문가들은 이처럼 간단한 음식일수록 영양적으로는 빈약하고,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문제는 ‘탄수화물 과잉’이다. 수제비의 주재료인 밀가루는 정제 탄수화물의 대표 주자다. 정제된 밀가루는 섬유질이나 미네랄 같은 필수 영양소가 거의 제거된 상태로,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수제비 한 그릇(약 600g 기준)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약 80~90g 수준인데, 이는 흰 쌀밥 두 공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단기간에는 포만감을 줄 수 있지만, 혈당 변동 폭이 커지면서 금세 허기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에게 수제비는 주의해야 할 음식이다.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이후 급격한 저하가 반복되면 피로감, 두통, 집중력 저하 등 ‘혈당 롤러코스터’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장기적으로 체중 증가, 복부 비만,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로 문제되는 요소는 ‘높은 나트륨 함량’이다. 수제비는 대부분 국물 요리 형태로 제공되며, 멸치, 다시마, 조미료 등으로 간을 낸 육수가 핵심이다. 여기에 된장, 고추장, 국간장 등 양념이 더해지면 나트륨 양은 급격히 상승한다. 일반적인 수제비 한 그릇에는 평균 1500~1800mg의 나트륨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2000mg)의 75~90%에 달하는 수치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심혈관 질환, 신장 기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김치, 고추장무침 같은 짠 반찬과 함께 수제비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짠맛에 익숙해질수록 입맛도 강해지고,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악순환이 반복된다.

셋째, 수제비는 ‘소화 부담’이 크다. 밀가루 반죽은 식이섬유가 적고, 위에서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위염이나 소화불량을 자주 겪는 사람은 수제비를 먹고 더부룩함이나 명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수제비에 함께 들어가는 감자, 애호박, 양파 등의 채소는 국물 맛을 돋우지만, 주재료인 밀가루에 비해 비중이 작아 영양 밸런스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마지막으로 지적되는 점은 ‘단백질 부족’이다. 수제비는 고기, 생선, 계란 등 단백질 식품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포만감은 빨리 오지만, 근육 유지나 면역력 향상에 필요한 단백질 공급이 부족해 식후 피로감을 유발하기 쉽다. 현대인의 식단에서 단백질 섭취가 중요해진 만큼, 수제비처럼 탄수화물 중심의 메뉴는 자주 먹으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수제비가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아니다. 문제는 빈도와 조리 방식이다. 수제비를 건강하게 즐기고 싶다면 정제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나 귀리 가루를 섞고, 국물은 맑게 끓이며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채소를 듬뿍 넣고,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나 달걀을 곁들이면 보다 균형 잡힌 한 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분식집, 식당에서 판매하는 수제비는 대부분 진한 국물에 고운 흰 밀가루 반죽, 자극적인 양념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수제비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위로 음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체내 염증을 유발하고 혈당을 요동치게 만드는 건강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음번에 비 오는 날 수제비가 생각나거든, 그 유혹을 잠시만 멈춰보자. 진짜 몸이 원하는 건 ‘따뜻함’일지 몰라도, 그걸 꼭 밀가루 반죽 한 덩어리로 해결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