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꼼짝도 못 한다… 생태계 교란종 참교육 하고 있는 한국 '토종 동물'
2025-05-03 11:27
add remove print link
황소개구리·꽃매미·뉴트리아 천적 한국 토종 동물들
외래종 문제는 매년 되풀이된다. 봄이면 꽃 피는 강가와 논두렁에 낯선 생명체가 튀어나온다. 텃밭을 헤집고 과일에 상처를 입히고 나무뿌리를 갉는다.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꽃매미가 대표적이다. 보기에는 이국적일지 몰라도 생태계에는 혼란이다.

이렇듯 강한 번식력과 뛰어난 먹성으로 국내 수많은 생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생태계 교란종들이 뜻밖의 위기에 봉착했다. 외래종을 잡아먹는 토종 생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 황소개구리 vs 가물치·왜가리
황소개구리는 육식성 양서류다. 알을 무더기로 낳고 왕성하게 먹는다. 가뭄이나 수질 오염에도 강해 국내 하천 곳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같은 자리에 살던 토종 개구리나 물고기들이 밀려났다는 점이다. 농작물도 수많은 피해를 봤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토종 가물치와 메기가 황소개구리를 먹기 시작했다. 황소개구리는 몸집이 크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 게다가 행동까지 느리다. 날렵한 토종 육식 어류에게는 최적의 먹잇감이다. 잡는 족족 잘 먹는다. 가물치가 황소개구리를 통째로 삼키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하천 생태계의 또 다른 강자, 왜가리도 마찬가지다. 왜가리는 백로와 함께 서서히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조류다. 백로보다 체격이 크고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주로 가만히 서 있다가 찰나의 순간에 먹이를 낚는다. 움직임이 느려 보이지만 사냥할 때는 빠르다. 물이 빠진 개울에서 행동이 느린 황소개구리를 사냥한다.
■ 뉴트리아 vs 삵
한때 농촌 지역을 초토화시켰던 뉴트리아도 위기를 맞았다. 물가 주변에 살며 농작물과 나무뿌리를 갉아먹던 뉴트리아는 현재 삵의 주요 사냥 대상이 됐다.

삵은 육식동물이다. 쥐, 두더지, 청설모 같은 설치류는 물론이고, 개구리, 도마뱀, 새, 심지어 물고기까지 먹는다. 물가 주변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이유다. 상황에 따라 사슴 새끼나 멧돼지 새끼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공격력이나 이빨, 발톱이 날카로워 체격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준다.
생태계에서 삵은 중간 포식자로 분류된다. 먹이 사슬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 작은 동물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뉴트리아 같은 외래종도 포식 대상으로 삼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뉴트리아는 무리 지어 움직이지만 짧은 다리 탓에 기동성이 떨어진다. 삵처럼 날렵한 포식자에겐 쉬운 먹잇감이다. 실제로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삵의 분변에서 뉴트리아 털과 치아가 꾸준히 검출되고 있다.
■ 꽃매미 vs 꽃매미벼룩좀벌
공기 중을 날아다니며 나무 수액을 빨아먹는 꽃매미도 문제였다. 이파리가 말라죽고 과일 품질도 떨어졌다. 이런 꽃매미에도 천적이 있다. 꽃매미벼룩좀벌이다. 크기는 작지만 위력은 크다. 꽃매미 알을 집중적으로 먹으며 자란다. 덕분에 꽃매미 개체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외래종이 처음 유입되면 기존 생태계 동물들에게는 먹잇감으로 인식되지 않아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식자들이 그 존재를 인지하고 먹을 수 있는 대상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고깃덩어리’로 인식되는 순간부터 상황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