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김문수에게 패배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2025-05-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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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와의 단일화가 결정적인 영향 미친 듯

국민의힘 대선후보 최종경선에서 패배한 한동훈 전 대표가 "당원과 국민들의 결정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는 득표율 43.47%를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가 56.53%를 기록하며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는 승복 연설에서 "저의 여정은 오늘 여기서 끝나지만 김 후보에게 대한민국이 위험한 나라가 되는 것을 막아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저도 뒤에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맑은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국민·당원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이후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이 온다면 할 것인가', '김 후보를 지원할 생각인가' 등의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한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정치·세대·시대교체'를 앞세워 도전장을 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찬탄파'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계엄에 찬성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반탄' 후보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면서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부각해왔다.
계엄 사태의 장본인인 윤 전 대통령과 사법리스크 논란을 안고 있는 이 후보 모두 정치판에서 퇴장시키고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통해 정치와 세대, 시대를 모두 재편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같은 한 후보의 전략은 경선 기간에서 어느 정도 주효했다. 경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는 '반탄파' 경쟁자인 김문수·홍준표 후보에게 다소 밀리는 듯한 양상도 보였지만 경선 토론회를 거치며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한 후보가 8강과 4강을 거쳐 결선까지 진출하자 당내 일각에선 한 후보의 탄탄한 '팬덤'에 더해 '변화'를 바라는 당심도 일부 움직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도 한 후보가 김 후보에게 패한 데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선 내내 단일화 논의에 적극적이었던 김 후보와 달리 한 후보는 '당 후보 중심'의 주장을 고수해왔다.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원하는 지지층이 이러한 온도 차를 감지하고 단일화 논의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한 후보 당선 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유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 후보가 '반탄'이 여전히 우세한 당내 여론 지형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윤 전 대통령과 끊임없이 충돌해 온 자신의 기존 행보가 결국 '배신자 프레임'으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과정에서 한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불편한 감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 20여명은 경선 과정에서 결집력을 보였지만, 이들을 제외한 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계엄·탄핵 국면에서 한 후보가 보인 언행에 마음이 돌아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후보가 강조해온 '본선 경쟁력'이 다른 후보에 견줘 압도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패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한 후보의 지지율이 김 후보나 한덕수 후보 등 보수진영의 주요 경쟁자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