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심는 이 나무... 시금치보다 부드러운 나물이었다
2025-05-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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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서 5월 초에만 먹을 수 있다는 귀한 한국 나물
봄이면 산과 들이 깨어난다. 그 속에서 화살나무 새순도 고개를 내민다. 홑잎나물로 불리는 이 연한 잎은 한국의 봄을 대표하는 산나물이다. 화살 깃처럼 생긴 독특한 날개와 붉은 단풍, 그리고 건강에 이로운 효능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다. 한국인의 삶과 깊이 얽혀 있는 화살나무와 홑잎나물에 대해 알아봤다.
화살 깃에서 비롯된 이름과 특징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낙엽 떨기나무다. 높이는 1~3m로 크지 않다. 줄기와 가지에 2~4줄의 코르크질 날개가 달려 있다. 이 날개는 화살 끝의 깃털을 닮았다. 그래서 화살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민간에서는 귀신을 쫓는다 해 귀전우라 불렀다. 창을 막는다는 뜻의 위모, 가시를 빼는 데 쓰인다 해 가시나무, 날개가 빗처럼 생겼다 해 참빗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잎은 마주나며 타원형이다. 길이는 3~5cm로 작다.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다. 앞면은 진한 녹색, 뒷면은 회록색이다. 가을이면 잎이 붉게 물든다. 5~6월에는 황록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2~3개씩 핀다. 열매는 10월에 붉게 익는다. 이 붉은 단풍과 열매는 가을 산의 풍경을 장식한다.
화살나무는 한국 전역에 자란다. 특히 산기슭과 산 중턱의 암석지, 석회암 지대에서 흔하다. 표고 1700m 이하의 산지에서 쉽게 만난다. 한국이 원산지이며 일본, 중국, 사할린에도 분포한다. 추위와 건조에 강하지만 공해에는 약하다. 회양목과 함께 정원이나 공원에서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
봄철의 선물, 홑잎나물
화살나무의 새순은 홑잎나물이라 불린다. 봄철, 특히 4월에서 5월 초가 제철이다. 이때 어린순은 연하고 부드럽다. 약간 붉은 빛이 돌 때 채취해야 질기지 않다. 초록색으로 완전히 변하면 식감이 거칠어진다. 재래시장에서 삶은 홑잎나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요리는 간단하다. 새순을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5~20초 데친다. 바로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국간장, 다진 대파, 다진 마늘, 매실청, 참기름, 통깨를 넣고 무친다. 이렇게 만든 홑잎나물 무침은 시금치보다 부드럽다. 나물밥, 전, 장아찌로도 즐긴다. 삼겹살에 싸 먹거나 말려 차로도 마신다.
맛은 담백하다. 강한 향은 없다.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끝맛은 살짝 달달하다. 봄나물 특유의 싱그러움이 입안에서 퍼진다. 고소함과 순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건강을 챙기는 자연의 약
홑잎나물엔 영양이 풍부하다. 탄닌, 퀘세틴, 베타카로틴, 비타민K가 많다. 베타카로틴은 참나물보다 4배, 비타민K는 브로콜리보다 1.5배 높다. 식이섬유도 다른 산나물보다 풍부하다.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혈액순환을 돕는다. 어혈을 없애고 생리를 원활히 한다. 수족냉증, 자궁 건강에 이롭다.

항산화 효과는 봄나물 중 으뜸으로 알려졌다.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하고 뼈 건강을 돕는다. 골절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성인병 예방과 간 기능 개선에도 좋다. 변비, 비만, 당뇨, 소화불량 같은 소화기 질환을 다스린다. 동의보감에는 혈액순환과 어혈 제거 효능이 기록돼 있다.
화살나무의 코르크질 날개는 항암제로 사용된다. 지혈, 구어혈, 통경에 효과적이다. 산후 출혈, 당뇨, 구충, 정신불안, 자궁출혈, 대하증 치료에 쓴다. 열매는 피부병 치료 고약으로 만든다. 날개를 태운 재는 가시를 빼는 데 사용된다. 민간요법에서는 잎을 달여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월경불순, 산후 어혈에 복용한다. 말린 잎으로 만든 귀전우차는 몸을 따뜻하게 한다. 신경안정과 불면증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연세대 연구진은 화살나무 날개 추출물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기존 치료제보다 3.2배 우수한 염증 억제 효과를 보였다. 동물 실험에서 관절 부종 40%, 손상 51%, 염증 유발인자 75% 이상 감소했다. 이 연구는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산과 정원, 삶 속의 화살나무
화살나무는 다재다능하다. 식용, 약용, 관상용으로 쓰인다. 가을의 붉은 단풍과 열매는 정원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울타리 겸 조경수로 적합하다. 나무의 차가운 성질은 염증을 억제한다. 항균 작용과 피부병 치료에 효과적이다. 아토피, 여드름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민간에서는 화살나무로 목욕하면 피부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귀신을 쫓고 배 속 벌레를 죽인다고 기록돼 있다. 현대에 와서는 항암, 혈당 조절, 혈관질환 예방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싱아초산나트륨 성분은 혈당을 낮춘다. 인슐린 분비를 늘린다. 여성 건강에도 이롭다. 월경불순, 갱년기 호르몬 불균형에 효과적이다. 다만 임산부는 유산 위험이 있어 복용을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