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못하는데 역한 비린내까지…제주 바다 뒤덮은 중국발 '불청객'
2025-05-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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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검은 불청객의 침공
괭생이모자반이 만드는 생태학적 딜레마
제주도가 또다시 바다에서 밀려든 ‘불청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붉은색의 해조류가 해안선을 따라 무더기로 쌓이면서 비린내를 풍기고, 어민들의 조업은 물론 관광객들의 눈살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도로에 괭생이모자반이 대량으로 밀려들며 현무암 갯바위를 덮었다. 지난 1일 오후 1시, 갯바위 전체에 검붉은 색의 모자반이 겹겹이 쌓였고, 바위 틈마다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모자반 더미 곳곳에는 페트병과 어구 등 해양쓰레기가 엉켜 있었고, 페트병에는 중화권 간체자가 표기돼 있었다. 바닷물 속도 모자반으로 가득했고, 오리 한 마리가 그 사이를 힘겹게 헤엄치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제주바다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괭생이모자반이 해변을 점령하자 제주도는 대응에 나섰다. 괭생이모자반은 매년 제주와 전남 해역 등에 1~2만t가량 유입된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이 해조류는 띠 형태로 이동하며 양식장 시설물에 달라붙고, 선박 스크루에 감겨 어업과 관광에 피해를 입힌다. 참모자반과 달리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아 제주 토속음식 ‘몸국’에도 쓰일 수 없다.
유입 원인은 중국 남부 해안으로 추정된다. 괭생이모자반은 봄철 동중국 해안에서 수온이 오르면 암석에 붙어 있다가 파도나 바람에 떨어져 북상한다. 구로시오 난류를 타고 일본 남부를 지나 대마난류를 따라 한국 해역으로 들어온다. 2015년을 전후해 중국이 해양생태 복원을 위해 대량 이식한 시기와 제주 유입 시점이 일치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5년 제주에 유입된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중국해 연안에서 발생한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유입 시기는 매년 3~6월 사이에 집중된다. 제주도 내 괭생이모자반 수거량은 2019년 860t, 2020년 5181t, 2021년 9755t으로 증가 추세였으나, 2022년부터는 연 500t 안팎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2월까지 약 50t을 수거한 상태다. 지난달 17일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일대에선 미역 종류로 보이는 해조류가 대량 유입돼 집중 정화작업이 진행됐다. 수거량은 20t에 달했다.
제주도는 해조류 처리 방안도 고민 중이다. 과거 수거한 모자반은 지역 농가에 거름용으로 나눠줬다. 산성화된 토양에 염분과 미네랄을 공급해 중성화할 수 있어서다. 2021년에는 수거량 대부분을 퇴비로 제공했으나, 이후 수거량이 줄어들며 2022년부터는 대부분 소각 처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강풍 탓에 대량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1월부터 많은 양이 유입되고 있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