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태원참사 때 대통령실 경비하느라 경찰 배치 부족”
2025-10-23 11:49
add remove print link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 미쳤다”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인력 배치가 부족했던 원인 중 하나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23일 경찰청·서울시청·용산구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합동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히 부족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는 대통령실 주변의 경비 업무를 우선 배치했고, 이태원 일대에는 별도의 경비 인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인력을 집중 투입해왔다”며 “이로 인해 다중 인파가 예상된 이태원 지역 경비가 소홀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일대에서는 참사 전부터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찰은 인파 관리 대책을 별도로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에 작성했던 ‘이태원 인파 관리계획’을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 112 신고를 통해 압사 위험이 수차례 접수됐지만, 현장 대응 체계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다고 국무조정실은 밝혔다.
감사에서는 참사 이후 경찰의 특별감찰도 부실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은 2022년 11월부터 1년간 특별감찰을 실시했으나 공식 보고서 없이 활동을 종료했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아 당시 책임자가 징계 없이 정년퇴직하도록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의 대응도 총체적으로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무조정실은 “용산구청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고, 재난 수습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난 발생 직후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와 현장통합지원본부 운영이 지연되거나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역시 용산구청의 징계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서울시는 2023년 5월 용산구청의 징계 요청을 받고도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를 보류했다”며 “해당 직원은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국무조정실은 경찰청, 서울시청, 용산구청 관계자 62명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청 소속 51명, 서울시와 용산구청 소속 11명이다.
국무조정실은 “이태원 참사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인파 사고였음에도 관계기관의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유가족과 국민의 의문 해소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 와중에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부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