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집에서 안 나온다” 한국선 행운의 상징인데 해외를 뒤집어 놓은 토종 생물
2025-05-06 10:31
add remove print link
외신 보도 “아시아 거미가 조지아주를 점령했다”
장수말벌, 가물치에 이어 동아시아 생물이 해외 생태계를 점령해 공포에 몰아넣으면서 해당 생물의 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집 근처에 거미줄을 치면 길조로 여기는 등 긍정적인 상징을 나타내는 생물인 무당거미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길이가 최대 20cm까지 자란다. 일명 '조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무당거미가 지난해부터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급격히 번식하며 현지 언론과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당거미는 한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미로, 늦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숲이나 들판, 정원, 도시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쉽게 발견된다. 독특한 생김새와 거미줄 패턴으로 인해 식별이 용이한 종이다. 무당거미의 가장 큰 특징은 노란색과 검은색이 반복되는 가로 줄무늬로, 이 강렬한 색채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 전략 중 하나이자 포식자에게 경고 신호를 주는 역할로 해석된다. 성체 무당거미의 몸길이는 암컷이 약 23cm, 다리를 포함하면 45cm에 이르며 수컷은 그보다 훨씬 작고 왜소한 크기를 가진다.
무당거미는 파리나 꿀벌, 작은 나비 등 크기가 작고 날아다니는 곤충이 주 먹잇감이다. 모기나 매미, 말벌, 무당벌레, 메뚜기 등 다양한 곤충을 사냥하며 다른 무당거미속 거미를 포식하기도 한다. 무당거미의 거미줄은 매우 강하고 질기며 금색이나 노란색 광택을 띤다. 거미줄은 지면에 수직인 원형 구조다. 시력이 좋지 않아 주로 거미줄의 진동으로 먹잇감의 위치를 파악하며 먹잇감은 독(JSTX-3)으로 마비시킨 뒤 실로 감아 둥지에 매달아 수일에 걸쳐 섭취하는 특성이 있다.
이 독은 주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를 차단하는 신경독으로 알려져 있으나 인간에게는 큰 위협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무당거미가 먹이를 빠르게 제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에게 실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가려움이나 붉은 반점, 약간의 통증 등 가벼운 국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중독이나 발열, 구토 등 전신 증상이 보고된 바는 없다. 일부는 독소 성분에 과민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 매우 드문 사례로 전해진다.

무당거미는 2010년대 초반 수출용 컨테이너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처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지역을 거쳐 지난해 여름 인구 밀집 지역인 뉴욕과 뉴저지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보도가 미국 내에서 연이어 보도됐다.
AP통신과 현지 방송 등은 "아시아 거미가 조지아주를 점령했다"는 식의 제목으로 보도하며 무당거미의 거대한 거미줄과 빠른 번식력, 현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했다. 실제 조지아주에서는 3m가 넘는 거미줄이 마당 곳곳에 펼쳐져 있어 주민들이 "아무도 아침에 집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마당 곳곳에 거미줄투성이다"라고 AP통신을 통해 호소하기도 했다.
무당거미는 도심에서는 생존력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하고 질긴 거미줄과 다양한 곤충을 사냥할 수 있는 식성 때문이다. 거미줄을 낙하산처럼 부풀려 바람을 타고 날아다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특성이 있어 더욱 공포심을 안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 만큼 조심하기만 하면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거라고 조언했다.
무당거미의 주요 천적은 대모벌(큰 말벌)이며 먹이사슬 내에서 곤충류를 포식하는 중상위 포식자로, 곤충 개체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당거미가 동아시아에서 잘 번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화한 기후 때문이다. 한국의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번식과 성장에 유리하다. 번식기는 주로 여름부터 가을(7~10월)이며 이 시기에 암컷은 알을 낳고 알주머니를 만든다. 또 적당한 습도와 햇빛도 무당거미의 번식 선호 환경에 포함된다. 밝은 햇빛이 드는 곳에 거미줄을 치는 경향이 있는 무당거미는 숲이나 공원, 나무가 많은 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습기가 너무 많거나 적은 곳은 번식에 불리하다.
그러다 암컷은 10월 말경 알주머니를 나무껍질 등에 낳고 생을 마감한다. 알은 겨울을 난 뒤 이듬해 5월경 부화해 유충이 된다. 번식을 위해서는 겨울에 알 상태로 안전하게 월동할 수 있는 은신처 같은 환경인 나뭇잎과 줄기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