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부터 특이... 지구상 오직 한국에만 사는 초미니 희귀 개구리
2025-05-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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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서식하는 개구리 중 가장 작은 개구리의 정체

수원청개구리란 이름의 개구리가 있다. 울음소리가 특이하다. 금속성처럼 들린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양서류인 수원청개구리에 대해 알아봤다.
1977년 수원에서 처음 발견된 수원청개구리는 도시화와 농업 환경 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가 지역 사회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청개구리는 한국 고유종이다. 일본 양서류 학자 구라모토 미쓰루가 1977년 수원 농촌진흥청 앞 논에서 이 개구리를 채집했다. 그는 일반 청개구리와 비슷한 외형이지만 울음소리의 주주파수와 파형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1980년 신종으로 발표된 수원청개구리의 몸길이는 25~40mm다. 한국에 서식하는 개구리 중 가장 작다. 등은 진한 초록색, 배는 흰색이며, 콧구멍에서 몸통까지 불규칙한 담갈색 줄무늬가 특징이다. 수컷의 울음주머니는 옅은 황색을 띠며, 이는 청개구리와의 구분 포인트다. 청개구리가 ‘꽥꽥꽥’ 하고 빠르게 우는 데 반해 수원청개구리의 ‘챙-챙-챙’ 혹은 ‘깽-깽-깽’ 하며 느리고 낮은 금속성 소리를 낸다. 이 독특한 울음소리는 일반인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다.
수원청개구리는 주로 습지와 논에서 서식한다. 경기, 충청, 전북, 전남 일부 지역에 분포한다.이름에 수원이란 지명이 들어갔지만 수원에만 살진 않는다. 번식기는 5~7월. 논 안쪽에서 벼를 잡고 노래하며 짝을 찾는다. 청개구리가 논둑 근처에서 활동하는 것과 달리 수원청개구리는 논 한가운데를 선호한다. 청개구리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결과로 보인다. 논 안쪽은 물새 같은 포식자가 많아 위험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이곳에서 독특한 생존 전략을 펼친다. 겨울에 논둑에 굴을 파고 동면하는 점, 습지에서 번식과 월동을 모두 해결하는 점이 청개구리와 다르다.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이유는 서식지 파괴와 환경 변화 때문이다. 2012년 환경부는 이 종을 양서류 최초로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위기(EN) 등급으로 분류된다. 도시화로 논과 습지가 아파트, 공장, 산업단지로 바뀌면서 서식지가 급격히 줄었다. 수원시는 인구 119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다. 농경지가 줄며 수원청개구리의 흔적도 희미해졌다. 2017년 1마리, 2018년 1마리, 2019년 2마리, 2020년 3마리가 수원에서 발견됐다. 농약과 제초제 사용도 개체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챙이와 성체가 농약에 노출되며 생존율이 떨어졌다. 현대 농법도 문제다. 콘크리트 배수로는 수초와 곤충이 사라져 개구리의 먹이와 은신처를 앗아갔다. 논둑에 풀이 없어지면 낮에 쉴 공간도 부족해진다.
청개구리와의 경쟁도 수원청개구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청개구리가 논둑에서 노래하며 번식하는 데 반해 수원청개구리는 논 안쪽으로 밀려난다 생활한다. 청개구리는 오후 7시쯤 활동을 시작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포식자 위험이 높은 오후 4시에 논으로 이동한다. 청개구리를 피하려는 전략이지만 물새 공격에 취약해진다. 청개구리나 수원청개구리 모두 작은 건 매한가지지만 청개구리 몸집이 5% 더 크고 먹이 획득 능력이 뛰어나다. 일부 연구는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에 유전적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흡수가설을 제기한다. 두 종의 교잡으로 수원청개구리의 고유성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수원청개구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역 사회와 전문가들이 함께 이끌고 있다. 수원시는 2016년 수원청개구리를 시 상징물로 지정하고, 캐릭터 ‘수원이’를 통해 보존 인식을 확산시켰다. 2020년부터 평리들 논 2만1997㎡에서 우렁이 농법을 도입했다. 농약 대신 왕우렁이를 활용해 잡초를 제거하며 친환경 서식지를 조성했다. 2023년 7월 평리들에서 7개체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3개체는 2022년 인근 개발지에서 포획해 방사한 개체였다. 나머지는 자연 번식으로 추정된다.
화성시 화옹지구에서도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됐다. 2017년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이곳은 연안습지 1등급으로 평가받는다. KBS 다큐멘터리 촬영 중 발견된 수원청개구리는 화옹지구의 생태적 가치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서식지 보호구역 지정이 없으면 곧 멸종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