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생태교란종, 2년 만에 한국 청정구역서 또 포착

2025-05-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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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납안교 인근에서 첫 발견 이후 약 2년만

충남 천안 지역 대표 청정 하천에서 생태계 교란종이 발견돼 한국 생태계가 위협에 직면했다.

충남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7월 천안 동남구 북면 납안교 인근 병천천에서 모니터링 도중 잡은 미국가재 /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충남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7월 천안 동남구 북면 납안교 인근 병천천에서 모니터링 도중 잡은 미국가재 /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23일 (사)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병천천 수생태계 모니터링 과정에서 생태계교란생물인 '미국가재'를 병천천에서 발견했다.

미국가재는 하천 생태계의 균형을 붕괴하는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으로, 토착 생물 서식지 파괴와 어린 물고기와 양서류알을 포식한다.

또 하천 제방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굴을 파는 등 한국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침입종이기도 하다.

이번 미국가재 발견은 2023년 7월 납안교 인근에서 첫 발견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대대적 퇴치와 포획 활동을 벌였지만 미국가재가 다시 병천천 전역으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미국가재 발견 장소는 은석교 인근으로 2023년 최초 발견 지점인 납안교에서 약 9km 떨어진 하류다.

이후 환경운동연합은 금강유역환경청과 천안시에 해당 사실을 공식 통보하고 정밀 조사를 요청했다. 천안아산환경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미국가재 재출현은 단순한 개체 발견이 아닌 병천천 생태계 전체의 위협으로 간주해야 한다"라며 "병천천은 비교적 청정 수질을 유지해 온 지역으로, 지역 환경 보전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부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 미국가재는 미국 루이지애나 원산으로 크기는 대략 15cm 안팎인 민물 가재다.

미국가재는 1990년대 초 주한미군 또는 미군기지 내에서 생활하던 인원이 식용 또는 관상용 목적으로 들여온 것이 최초 유입 경로로 추정된다. 관상용·애완용으로 국내 각지에 유통되다가 사육자가 사육을 포기하거나 의도적으로 자연에 방사하면서 전국의 하천, 저수지, 농경지 등으로 퍼졌다. 이후 1997년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06년 같은 장소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2018년 이후 전남 영산강, 전북 만경강, 충남 천안 등 전국 각지에서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가재는 잡식성으로, 줄새우, 토종 가재, 어린 물고기, 수생곤충, 수초 등 하천 생물을 닥치는 대로 포식한다. 이에 따라 토종 가재와 새뱅이, 두드럭징거미새우 등 토착 생물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생물다양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미국가재는 한 번에 100~500개(최대 500개 이상)의 알을 낳고 성장과 번식 주기가 짧아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다양한 환경(민물, 습지, 약간의 염분이 있는 곳 등)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수질 오염에도 강한 내성을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가재는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하천 둑이나 제방이 무너지는 등 물리적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 굴 파기와 먹이 활동으로 인해 침전물의 영양염류가 변해 녹조 발생 등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미국가재는 ‘가재 페스트’라 불리는 곰팡이균(물곰팡이, Aphanomyces astaci)의 보균자로, 이 균에 면역이 없는 한국 토종 가재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트릴 위험도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이 전염병으로 토착 가재가 많이 감소한 사례가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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