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빤지서 뱃놀이, 일광욕까지…한국 하천에 바글바글한 '생태계 교란종' 생물
2025-07-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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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종 붉은귀거북에 점령된 강릉 경포천 상황

붉은귀거북이 최근 강원도 강릉 경포천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출현이 잦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포천은 경포호수와 경포 들녘 사이를 흘러 경포호 하구로 흐르는 하천이다.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인 붉은귀거북은 국내에 천적이 거의 없고 번식과 생장이 빠르며 다양한 동식물을 먹이로 삼는다. 이에 따라 붉은귀거북은 토착종 거북류인 남생이와 자라 등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다. 남생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3호로 지정돼 있다.
붉은귀거북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면서 경포천에서는 남생이와 자라 등 가끔 보이던 토종 거북류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최근에는 하천 주변에 붉은귀거북이 알을 낳은 흔적이 발견돼 관계자들에 의해 알이 제거되기는 했다. 하지만 붉은귀거북은 인기척이 있으면 재빨리 물속으로 사라져 포획이나 제거가 쉽지 않은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합뉴스는 강릉 경포천에 서식하는 생태계 교란종 붉은귀거북 실태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최근 한낮 경포천에 있는 작은 돌 위에 크고 작은 붉은귀거북 몇 마리가 작은 공간을 자리다툼하듯 비집고 올라앉아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일광욕을 위해 물 밖의 바위나 나뭇가지, 모래톱 등에 올라앉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체 수가 많았다.
경포천 운정교 부근에는 크지 않은 돌에 붉은귀거북 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앉아 머리를 쳐들고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도 관찰됐다. 하천 옆으로 연결된 산책로에 운동하는 시민이 지나자 1∼2마리는 재빨리 물속으로 몸을 감췄다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인근의 작은 흙더미에도 5∼6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물이 빠지며 드러난 흙더미 위에도 붉은귀거북 4마리가, 경포아쿠아리움 부근의 비교적 큰 바위에도 크기가 다른 2마리가 올라와 쉬는 모습이 관찰됐다. 송전탑 부근에서는 작은 널빤지 위에 3∼4마리가 올라앉아 마치 뱃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흙이 드러난 곳에서도 2∼3마리씩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흙이나 돌, 나뭇가지 등 올라갈 곳을 찾지 못한 일부는 작은 스티로폼 올라앉거나 쓰러진 갈대 위에서 일광욕을 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 A 씨는 연합뉴스에 "산책하다 하천에 작은 바위라고 생각했던 게 붉은귀거북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라며 "그 뒤로 유심히 관찰했는데 하천 곳곳에 개체 수가 너무 많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강릉시는 토종 생물의 생육을 방해·억제하고 토종 생물의 서식지를 빠르게 잠식하는 생태계교란종에 대한 제거 작업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가시박 등 생태계교란 식물에는 효과를 보고 있으나 생태계교란야생동물인 붉은귀거북 제거와 포획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부 시군에서 시행 중인 생태계교란종에 대한 수매, 집중 포획 등 적극적인 퇴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은 강릉 경포천에서 발견된 붉은귀거북 모습이다.



(붉은귀거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붉은귀거북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담수 거북이다. 귀 뒤쪽의 붉은 무늬가 특징이다. 주로 호수, 강, 연못에서 서식하며 잡식성으로 물풀, 곤충,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성체는 20~30cm까지 자라며 수명은 30~50년이다.
온순한 성격으로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지만 방생 시 생태계 교란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외래종으로 관리되며 무단 방생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