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서 무더기로 쏟아진 70년 된 '이것'…감정가에 “억” 소리 났다

2025-05-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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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락에서 7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

“심봤다!” 외침이 지리산 깊은 골짜기를 울렸다.

지리산 / 연합뉴스
지리산 / 연합뉴스

경남 함양 출신 약초꾼 황수철 씨(66)가 지리산 자락에서 7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종산삼 30뿌리를 발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첫 천종산삼 포획 사례로 기록되면서 약초계는 물론 한방 업계에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한국전통심마니협회에 따르면 황 씨는 지난 6일 오전 7시 20분경 지리산 깊은 산중에서 무더기로 자라난 천종산삼을 발견해 직접 채심에 성공했다. 해당 삼들은 모두 70년 이상 자연 속에서 세대를 이어 자란 것으로 추정되며, 동일한 반경 5m 내에서 군락을 이룬 상태였다.

천종산삼은 일반 산삼과 다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씨를 뿌리거나 가꾼 흔적 없이, 조류나 야생동물이 먹은 삼 씨앗이 배설되며 자연 상태에서 발아한 뒤 50년 이상 자라난 삼만이 ‘천종’으로 인정받는다. 희귀성과 생존력, 약효 면에서 ‘산삼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귀하다. 실제로도 매년 전국에서 발견되는 천종산삼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한꺼번에 30뿌리가 채심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정형범 한국전통심마니협회 회장은 “4대 이상 세대를 이어 자라난 뿌리로 보이며, 색상, 향, 맛 등에서 천종산삼 특유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성인 세 명이 충분히 복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황 씨는 산삼 발견 당시 상황에 대해 “날이 풀리면서 땅의 기운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며 “삼들이 뿌리부터 잎맥 끝까지 매우 건강했고, 살아 있는 기운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지리산 천종산삼 / 한국전통심마니협회
지리산 천종산삼 / 한국전통심마니협회

이 천종산삼 30뿌리에 대해 한국전통심마니협회는 총 1억 7000만 원의 감정가를 책정했다. 협회는 200년 전 산삼 가격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 감정가를 산정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 역시 천종산삼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반영한 수치다. 실제 거래에서는 감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유통되거나, 고가의 한약재나 선물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천종산삼은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항산화 효능 등에서 인삼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자연 상태에서 수십 년을 자란 삼일수록 사포닌 함량이 풍부하고 에너지 전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리산은 오래전부터 심마니들의 ‘약초 성지’로 여겨져 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과 급격한 고도 변화, 맑은 계곡 등이 어우러져 야생 산삼이 살아남기 적합한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삼을 찾기 위한 남획과 기후 변화, 산림 훼손 등의 영향으로 천종산삼의 자생 개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실정이다.

황 씨는 “평생을 약초꾼으로 살아왔지만, 이런 규모의 산삼 군락을 만난 건 처음”이라며 “산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채심했다”고 말했다. 산삼 한 뿌리를 만나기 위해 수십 년을 산속에서 보내는 심마니들도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황 씨가 이번에 이룬 채심은 단순한 ‘발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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