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밥상에서 자주 봤는데…이제는 MZ세대 건강식으로 자리 잡은 '한국 음식'
2025-05-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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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헬시플레저 족 사이에서 인기
무더위가 시작되면 입맛이 떨어지기 쉽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바로 시원한 국물 한 그릇이다.

최근 MZ세대, 특히 2030 헬시플레저(Hellthy Pleasure)족 사이에서 ‘묵밥’이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여름철 밥상에서 찾던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저칼로리·고포만감 식단을 찾는 젊은 세대가 이 전통 국물 요리에 주목하고 있다.
묵밥은 청포묵이나 도토리묵을 채 썰어 채소, 김, 김치, 고추장 양념 등을 곁들인 뒤 찬물 혹은 육수에 담가 먹는 음식이다.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전라도와 경상도 등지에서는 지역마다 다른 버전의 묵밥이 전해진다. 최근에는 편의점이나 밀키트 브랜드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묵밥 제품까지 등장했다. SNS에선 “처음엔 당황했지만 먹어보면 중독된다”, “비주얼은 투박해도 맛은 깔끔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 묵밥의 유래와 전통 방식
묵밥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농경 사회에서 곡류 소비를 줄이고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탄생한 민간식이다. 도토리묵이나 청포묵은 밀가루나 쌀 대신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분 식재료를 가공해 만든 것으로, 경상도·전라도 시골 밥상에서 여름철 별미로 자주 등장했다. 묵은 생으로 먹기엔 부담스럽지만, 국물이나 양념을 더하면 훌륭한 한끼로 완성된다.

예부터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마당 우물에 묵밥을 식혀 두었다가 더운 한낮에 꺼내 먹곤 했다. 특히 더운 여름에 입맛을 돋우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어, 어르신들에게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도 사랑받았다.
요즘에는 묵밥에 들어가는 국물도 다양해졌다. 기본적인 찬물 외에도 멸치육수, 김칫국물, 동치미 국물 등을 활용한 버전이 있다. 양념도 고추장만 쓰는 게 아니라 간장 양념, 들깨가루, 식초 등을 섞어 새콤하게 즐기기도 한다.
◈ 집에서도 간단하게, 묵밥 만드는 법
묵밥은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도토리묵이나 청포묵을 준비해 한입 크기로 채 썰고, 오이와 당근 같은 채소도 얇게 썰어 준비한다. 김치가 있다면 잘게 다져 넣고, 양념은 고추장 1큰술, 다진 마늘, 식초, 설탕, 간장을 1:1:1:1 비율로 섞어 준비하면 된다. 묵, 채소, 김가루, 양념을 넣은 그릇에 찬물이나 육수를 붓고 얼음을 띄워내면 한 그릇 완성이다. 기호에 따라 삶은 달걀이나 깨소금을 더해도 좋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크며,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다이어트나 해장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식감이 부드럽고 국물까지 함께 즐길 수 있어 혼밥용 간편식으로도 적합하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포인트다.
편의점에서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컵형 묵밥 제품도 출시되고 있으며, 유명 레스토랑의 여름 한정 메뉴로 등장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잊혔던 전통 음식이 새로운 문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요즘은 ‘힙한 음식’이 꼭 새로운 음식일 필요는 없다. 그 시절의 할머니 밥상에 있던 묵밥이, 지금은 다이어트·간편식·건강식으로 소리 없이 부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