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온순한 성격인데…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밀렵당하는 '멸종위기' 동물

2025-05-1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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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종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동물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밀렵당하는 '멸종위기' 동물이 있다. 겉보기엔 단단한 비늘로 무장한 작은 전사 같지만, 온순한 성격 때문에 포식자나 인간의 손에 쉽게 희생된다. 이 동물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탐욕의 대상이 됐고, 심지어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지목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생물의 정체는 '천산갑'이다.

천산갑 자료 사진. / Wirestock Creators-shutterstock.com
천산갑 자료 사진. / Wirestock Creators-shutterstock.com

천산갑은 유린목 천산갑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바나·삼림·개활지에서, 아시아에서는 중국 남부·인도·동남아시아의 밀림과 숲속에서 발견된다.

천산갑은 8종으로 나뉘며, 크게 아시아에 서식하는 4종(중국 천산갑, 순다 천산갑, 필리핀 천산갑, 인도천산갑)과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4종(큰천산갑, 나무천산갑, 사바나천산갑, 긴꼬리천산갑)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종과 땅굴을 파며 지내는 종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나무천산갑은 속이 빈 나무에, 사바나천산갑은 깊이 3.5m까지 굴을 파서 은신처를 만든다.

천산갑은 약 8000만 년 전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비늘이라는 보기 드문 신체 구조를 발달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공룡시대 이후 생존한 초기 포유류의 후손이다. 몸길이는 종에 따라 30~100cm다. 작은 종은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고, 큰 종은 웬만한 아르마딜로보다 크다. 몸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단단한 케라틴 비늘로 덮여 있는데, 이 비늘은 황갈색에서 짙은 갈색까지 다양하다. 배 부분만 부드러운 피부로 남아 있다. 얼굴은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에 작은 눈과 귀를 가졌다.

특이한 점은 치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대신 40cm까지 늘어나는 긴 혀와 끈적한 침으로 먹이를 잡는다. 앞발의 날카로운 발톱은 개미집을 파거나 나무를 탈 때 사용한다. 꼬리는 두텁고 길어, 이족보행 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천산갑 자료 사진. / Lisa Hagan-shutterstock.com
천산갑 자료 사진. / Lisa Hagan-shutterstock.com

천산갑과 아르마딜로는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천산갑은 유린목, 아르마딜로는 피갑목에 속해 진화적으로 다르다. 천산갑은 케라틴 비늘로 덮여 있지만, 아르마딜로는 뼈 구조의 단단한 등껍질을 지녔다.

또한 천산갑은 모든 종이 몸을 둥글게 말 수 있지만, 아르마딜로는 세띠아르마딜로만 이 능력을 지녔다. 서식지도 다르다. 천산갑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르마딜로는 아메리카 대륙에 분포한다. 먹이에도 약간 차이가 있다. 천산갑은 주로 개미와 흰개미에 의존하지만, 아르마딜로는 곤충뿐 아니라 작은 척추동물, 나무뿌리, 죽은 고기까지 먹는다.

천산갑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도 많다. 첫째, 천산갑은 코로나19와의 연관성으로 주목받았다. 2020년 홍콩대 연구진은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말레이천산갑에서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천산갑은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의심받았고, 야생동물 거래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 이 여파로 중국 정부는 천산갑을 1급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약재 목록에서 비늘을 제외했다.

둘째, 천산갑은 신기한 방어 메커니즘을 지녔다. 위협을 느끼면 몸을 단단히 말아 공처럼 둥글게 만든 뒤, 날카로운 비늘로 포식자를 막는다. 셋째, 의외로 천산갑은 수영 실력도 뛰어나다. 강이나 호수를 건널 때 물에 잘 뜨며, 능숙하게 헤엄친다.

천산갑 자료 사진. / piya saisawatdikul-shutterstock.com
천산갑 자료 사진. / piya saisawatdikul-shutterstock.com

천산갑이 얼마나 귀한지는 멸종위기 등급에서 잘 드러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따르면, 8종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순다천산갑, 필리핀천산갑, 중국천산갑은 ‘위급’(CR), 인도천산갑, 큰천산갑, 나무천산갑은 ‘위기’(EN), 사바나천산갑, 긴꼬리천산갑은 ‘취약’(VU) 등급이다.

천산갑은 왜 멸종위기에 처했을까. 첫 번째는 밀렵과 불법 거래 때문이다. 천산갑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렵당하는 포유류로, 연간 270만 마리가 중앙아프리카에서 사냥된다. 2019년 4월에는 싱가포르에서 14t에 달하는 천산갑 비늘이 적발됐는데, 이는 약 3만 6000마리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튜브 '내셔널지오그래픽 - National Geographic Korea'

둘째, 서식지 파괴다. 삼림 벌채와 농지 개발로 천산갑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셋째, 천산갑의 낮은 번식률도 문제다. 인도천산갑은 임신 기간이 65~70일, 다른 종은 120~150일로, 한 번에 1~3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새끼는 생후 3~4개월 동안 어미의 보살핌을 받고, 2세에 성숙한다. 이처럼 느린 번식 속도는 밀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천산갑은 생태계에서 해충 조절자이자 서식지 제공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미와 흰개미를 먹으며 해충 개체 수를 조절하고, 굴을 파 다른 동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러나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이 귀중한 생명체는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2023년 8월 태국에서는 무려 1톤에 달하는 천산갑 비늘이 적발됐는데, 이는 최소 4000마리의 천산갑이 희생됐음을 뜻한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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