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사실 당신의 몸을 망치고 있습니다"

2025-05-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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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후 막걸리, 피로 해소일까 건강 위험일까?
술 한잔의 유혹, 몸에 숨겨진 위험

등산 후 절대 빠질 수 없다는 막걸리 한 잔. 정말 괜찮을까?

완연한 봄기운이 퍼지면서 산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주말이면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같은 도심 근교 산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등산의 인기는 이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 속에서 땀을 흘리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 등산 문화의 특색인 ‘등산 후 막걸리 한 잔’도 그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 중 하나다.

등산 후 마시는 막걸리는 단순한 음주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고된 산행 뒤에 잠깐의 휴식처럼 느껴지는 막걸리 한 잔은 오랫동안 ‘등산의 마무리’로 여겨졌다. 많은 이들이 피곤한 몸을 벗삼아 한 모금 마시면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지만 운동 직후 알코올을 섭취하는 이 습관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먼저, 등산은 단순한 걷기 운동이 아니다. 경사가 있는 지형을 오르내리며 전신의 근육을 사용하는 고강도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이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간다. 몸은 탈수 상태에 가깝고, 근육은 미세한 손상을 입은 상태다. 바로 이때, 알코올을 섭취하면 회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막걸리는 도수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엄연한 주류다.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시켜 체내 수분을 더욱 빠르게 빼앗는다. 등산 후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탈수 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어지럼증, 두통,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운동 후에는 근육 회복과 에너지 충전을 위해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 섭취가 중요하다. 그러나 알코올은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고, 근육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특히 격한 산행 후에는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진 상태인데, 알코올이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회복을 늦추고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간 건강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운동 후에는 간이 젖산을 해독하고 에너지를 재생산하느라 바쁘다. 이때 술까지 들어오면 간에 부담이 가중된다. 막걸리는 다른 주류에 비해 유익균이나 식이섬유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디까지나 ‘알코올을 포함한 발효 음료’라는 점에서 간 건강에 완전히 무해하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막걸리 자체가 해로운 음료는 아니다. 막걸리는 쌀, 누룩, 물을 발효시켜 만든 전통 발효주로,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막걸리에 포함된 젖산균이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효능은 ‘적정량’ 섭취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공복 상태에서, 혹은 지나치게 마시는 경우에는 오히려 위장을 자극하고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

막걸리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막걸리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공복 음주’다. 산행을 마친 직후는 대부분 위가 비어 있는 상태다. 이때 막걸리를 마시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이는 간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심하면 저혈당, 구토,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막걸리를 마시기 전에는 반드시 간단한 음식으로 속을 채우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등산 후 음주는 균형 감각과 판단력을 떨어뜨려 하산 시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산행 중 발생하는 부상 사고 중 상당수는 하산 도중 발생하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음주 후의 부주의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질 경우, 알코올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저체온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등산 후 막걸리를 반드시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정량’과 ‘타이밍’이다. 산행 직후가 아니라 몸을 씻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 뒤, 따뜻한 식사와 함께 막걸리 한두 잔을 천천히 마신다면 건강에 큰 무리가 되지 않는다. 특히 만성 질환이 없는 성인이라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통주로서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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