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에 대한 알려진 상식을 철저히 깨부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05-0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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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보다 현명하게 다루는 과학적인 방법
한국의 부엌에서 달걀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아침에 후다닥 부친 계란프라이, 점심 도시락의 반숙 달걀, 저녁 반찬으로 나온 부드러운 계란찜까지…. 달걀은 매일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친숙한 재료가 단순히 맛과 영양을 넘어 놀라운 물리적 강인함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탤 코언 교수팀의 최신 연구는 달걀이 어떻게 깨지는지에 대한 오랜 상식을 뒤엎으며, 요리 재료로서 달걀의 새로운 면모를 조명했다. 이 발견은 한국 가정의 부엌에서도 달걀을 더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과학 교실에서 종종 진행되는 ‘달걀 떨어뜨리기 도전’은 학생들에게 구조 역학과 충격의 원리를 가르치는 인기 있는 실험이다.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빨대, 솜 같은 재료로 달걀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깨지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만드는 이 활동은 창의력과 과학적 사고를 키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달걀을 세로로 놓았을 때, 즉 뾰족한 끝이나 뭉툭한 끝이 아래를 향하도록 떨어뜨리면 보다 강하다고 믿어왔다. 이는 고대 아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상식이다. 아치가 수직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처럼 달걀도 세로로 놓였을 때 충격을 더 잘 견딜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언 교수팀은 이 믿음을 뒤바꿨다. 코언 교수팀은 8일(현지시각)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피직스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달걀이 가로로 놓였을 때, 즉 적도 부분이 충격을 받도록 떨어질 때 세로로 놓였을 때보다 깨질 가능성이 훨씬 낮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발견은 한국의 요리사들이 달걀을 다룰 때, 그리고 달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총 200개 이상의 달걀을 사용한 정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정적 압축 테스트와 동적 낙하 테스트로 나뉘었다. 정적 테스트에서는 달걀을 세로와 가로 방향으로 압축기에 놓고 깨지는 데 필요한 힘과 에너지를 측정했다. 동적 테스트에서는 달걀을 다양한 높이에서 단단한 표면에 떨어뜨려 충격에 대한 반응을 관찰했다.
정적 테스트에서는 USDA 등급 AA 케이지 프리 대형 달걀 60개를 사용했다. 달걀은 세로(뾰족한 끝 또는 뭉툭한 끝이 위아래로 향하도록)와 가로(적도 부분이 압축되도록) 방향으로 각각 30개씩 압축기에 놓였다. 인스트론 5943 만능 시험기를 사용해 달걀을 10mm/분 속도로 압축하며 힘과 변위를 기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세로와 가로 방향 모두 달걀을 깨뜨리는 데 필요한 최대 힘은 약 45~46뉴턴(N)으로 거의 동일했다. 이는 1kg 물체를 1m/s² 가속도로 가속하는 힘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가로 방향으로 놓인 달걀은 깨지기 전까지 약 30% 더 많은 변위를 보였다. 세로 방향에서는 평균 0.161mm 변위에서 깨졌지만, 가로 방향에서는 0.213mm까지 변형을 견뎠다. 이는 가로 방향의 달걀이 더 유연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가로 방향의 달걀은 깨지기 전까지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었다. 에너지 흡수량은 힘-변위 곡선 아래 면적으로 계산되며, 가로 방향이 세로 방향보다 약 30%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했다. 이를 물리학적으로 ‘인성(toughness)’이라고 부른다. 이는 달걀이 충격을 견디는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동적 테스트에서는 달걀 180개를 8mm, 9mm, 10mm 높이에서 단단한 표면에 떨어뜨렸다. 각 높이에서 세로(뾰족한 끝 아래, 뭉툭한 끝 아래)와 가로 방향으로 각각 20개씩 테스트했다. 달걀을 정확한 방향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솔레노이드 기반 장치를 사용했다. 이 장치는 달걀을 안정적으로 잡았다가 전자석으로 동시에 놓아 회전 없이 자유 낙하하도록 했다.
결과는 정적 테스트를 뒷받침했다. 8mm 높이에서 세로 방향으로 떨어뜨린 달걀은 절반 이상이 깨졌지만, 가로 방향은 10% 미만만 깨졌다. 9mm와 10mm 높이에서도 가로 방향의 달걀이 세로 방향보다 훨씬 적게 깨졌다. 예를 들어, 10mm 높이에서 가로 방향은 약 50%가 깨졌지만, 세로 방향은 70~80%가 깨졌다. 세로 방향에서 뾰족한 끝이나 뭉툭한 끝이 아래를 향했는지 여부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달걀의 세로 방향이 더 강하다고 믿는 이유를 물리학적 개념의 혼동에서 찾았다. 달걀의 세 가지 주요 특성, 즉 강성(stiffness), 강도(strength), 인성(toughness)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강성은 달걀이 변형에 저항하는 능력으로, 세로 방향에서 더 높다. 이는 달걀이 세로로 압축될 때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강도, 즉 달걀을 깨뜨리는 데 필요한 최대 힘은 방향에 상관없이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 즉 깨지기 전까지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다. 가로 방향의 달걀은 더 유연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며, 이는 충격에 더 강한 이유다.
이 차이는 달걀 껍데기의 기하학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가로 방향으로 놓인 달걀은 적도 부분이 더 넓고 곡률이 낮아 충격을 분산시키는 데 유리하다. 반면, 세로 방향은 끝 부분의 곡률이 높아 힘이 집중되기 쉽다. 이는 달걀의 균열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가로 방향에서는 균열이 적도를 따라 퍼지며 달걀이 두 동강 나는 반면, 세로 방향에서는 끝에서 시작된 균열이 나선형으로 퍼져 껍데기가 무너진다.
이 연구는 한국 부엌에서 달걀을 다루는 방식에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달걀은 깨지기 쉬운 재료로 여겨지지만, 적절히 다루면 놀라운 강인함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달걀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 예를 들어 작업대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조리 중 실수로 떨어뜨리는 경우 가로 방향으로 놓이면 깨질 확률이 낮아진다. 이는 달걀을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도 고려할 만한 점이다. 달걀 상자를 설계할 때 가로 방향으로 배치하면 운송 중 충격을 더 잘 견딜 수 있다.
또한 달걀을 조리할 때 껍데기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삶은 달걀을 까기 위해 적도 부분을 가볍게 두드리면 균열이 더 쉽게 퍼져 껍질을 벗기기 쉬워진다. 이는 연구에서 관찰된 가로 방향 균열 패턴과 일치한다. 반면 끝 부분을 두드리면 균열이 복잡하게 퍼져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을 수 있다. 계란말이나 계란찜과 같은 요리를 할 땨 달걀을 가로로 깨면 더 부드럽게 내용물이 나와 요리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달걀 껍데기는 자연에서 가장 효율적인 보호 구조 중 하나다. 거북이 껍질, 조개껍데기, 심지어 인간의 두개골까지, 껍데기 구조는 연약한 내부를 보호하는 데 탁월하다. 연구팀은 달걀의 기계적 특성이 의료, 약물 전달, 보호 장비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봤다. 요리에서도 이 구조적 영감은 중요하다. 달걀의 강인함은 단순히 깨지지 않는 것을 넘어 요리 과정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공한다.
예컨대 베이킹에서 달걀은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케이크 반죽이나 머랭을 만들 때 달걀 흰자와 노른자는 열과 기계적 스트레스를 견디며 최종 제품의 질감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달걀의 인성이 중요한데, 이는 달걀이 외부 충격뿐 아니라 조리 중 가해지는 압력에도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의 전통 디저트인 약과나 다식에서도 달걀은 반죽의 결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그 강인함이 요리의 완성도를 높인다.
코언 교수팀의 연구는 달걀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물리적 강인함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가로 방향으로 놓였을 때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며 충격을 견디는 달걀의 특성은 한국 부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요리사들은 이 지식을 활용해 달걀을 더 효율적으로 다루고, 보관하며, 조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