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대 1 경쟁률 뚫고…대낮 한강 한복판서 벌어지는 희한한 승부

2025-05-09 12:54

add remove print link

57대 1의 치열한 경쟁률 뚫고 한강공원에 모이는 시민들
10대부터 60대까지 참가자 연령대도 다양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묘한 승부의 현장이 오는 11일 한강의 심장부에서 펼쳐진다. 서울시는 오는 11일 오후 4시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발표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찾은 시민들 / 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찾은 시민들 / 뉴스1

이번 대회에는 무려 57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80팀 128명이 참가한다. 서울시가 지난달 대회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총 4547팀이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참가 사연을 중심으로 심사를 거쳐 최종 출전자를 가려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직업군 역시 군인, 구급대원, 환경공무관, 사회복지사, 기관사, 교도관 등 사회 각계각층을 망라한다. 이들은 대부분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진정한 쉼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대회 참가를 희망했다.

60대 참가자 양 씨는 "황혼 육아로 10년 동안 키운 손자와 딸, 다 함께 특별한 대회에 참가해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시민의 아침을 준비하는 40대 환경공무관 박 씨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바쁘게 일해왔는데 이날 만큼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하루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지난해 5월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 현장 모습 / 뉴스1
지난해 5월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 현장 모습 / 뉴스1

이 독특한 대회는 90분 동안 그 어떤 행동이나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2016년 처음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총 497팀 654명이 참가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참가자들의 실력은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된다. 기술 점수는 참가자들이 착용한 암밴드형 심박 측정기를 통해 15분마다 측정된 심박수 그래프로 판정한다. 90분 동안 심박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점차 낮아지면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한편 예술 점수는 현장을 찾은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관람객들은 가장 '멍한 상태'를 잘 유지한다고 생각하는 참가자에게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최종 순위는 시민 투표로 선정된 예술 점수 상위 10팀 중에서 기술 점수가 높은 순으로 1~3등을 가린다. 예술 점수 상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기술 점수가 탁월한 참가자에게는 특별상이 주어진다. 대회 1등에게는 트로피와 상장이, 2~3등에게는 상장이 수여되며, 참가자 전원에게는 '2025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 인증서가 제공된다.

아이돌그룹 빌리 츠키(왼쪽)와 유튜버 미미미누(본명 김민우)가 지난해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해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 / 뉴스1
아이돌그룹 빌리 츠키(왼쪽)와 유튜버 미미미누(본명 김민우)가 지난해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해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 / 뉴스1

대회가 열리는 11일에는 잠수교 일대에서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도 함께 진행된다.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대회를 관람하면서 플리마켓, 푸드트럭, 힐링존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즐길 수 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해마다 이렇게 큰 관심과 인기를 모으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통해 바쁜 현대인에게 '쉼'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 일상에 더 참신한 휴식과 에너지를 주는 한강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