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집집마다 있을 정도로 흔했는데…지금은 길거리서 보기 힘들다는 식물
2025-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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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길모퉁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식물
잎은 나물로 먹고, 씨는 기름으로 쓰는 식물
한때는 장독대 뒤나 밭 가장자리, 심지어 길모퉁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아주까리(피마자)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흔했던 이 식물은 농가의 작목 전환과 도시화, 그리고 가격 불안정 등으로 인해 재배 농가가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는 주로 남부지방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재배되고 있을 뿐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물' 아주까리의 특징은?
아주까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대형 잎채소로, 봄부터 가을까지 오랜 기간 수확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높이 2~3m까지 자라는 이 식물은 손바닥 모양의 큰 잎을 가지고 있으며, 봄철 파종 후 5월 말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10~20일 간격으로 여러 번 수확이 가능하다.
한 번 심으면 여름과 가을까지 계속해서 잎을 수확할 수 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어린잎일 때는 쓴맛이 적고 부드러워 나물로 먹기 좋지만, 잎이 자랄수록 쓴맛이 강해지므로 주로 어린잎을 중심으로 수확한다.
한해살이 식물인 아주까리는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 얼어 죽기 때문에 매년 새로 파종해야 한다. 이런 특성이 있음에도 과거에는 집집마다 쉽게 기르던 식물이었다.

잎은 나물로, 씨는 기름으로...아주까리의 다양한 효능과 활용법
아주까리 나물은 영양가가 높고 다양한 효능을 자랑한다. 비타민 C와 E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세포 손상을 예방하고, 노화 방지와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항염 및 항균 효과가 있어 피부염, 종기, 관절염, 신경통 등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식이섬유와 소화 효소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변비 해소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신경 안정, 스트레스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주까리 기름은 상처에 바르면 덧나는 것을 막아주고, 독충에 물렸을 때도 효과가 있다. 또한 두피 건강과 탈모 예방, 모발 영양 공급에도 활용된다.
다만 아주까리 씨앗(피마자)에는 '리신'이라는 강한 독성 물질이 있으므로 반드시 잎만 식용으로 활용하고, 삶아서 쓴맛과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쌉싸름한 특유의 향...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매력
아주까리 나물은 쌉싸름하면서도 특유의 향과 맛이 있으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풍미가 특징이다. 양념을 더하면 나물 특유의 쌉싸름함이 부드러워지고, 들기름이나 참기름, 들깨가루를 넣어 볶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더해진다.
대표적인 조리법인 아주까리 나물볶음은 말린 잎이나 어린잎을 데쳐서 간단하게 볶아 먹는 방식이다. 말린 아주까리 잎은 미지근한 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뒤 20분 이상 푹 삶아 여러 번 헹궈 특유의 냄새를 빼고,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한다.
이후 다진 마늘, 대파, 국간장, 소금 등으로 양념하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주면 완성된다.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넣으면 더욱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1년에 딱 한 번만 먹을 수 있다고? 수확 후 일주일이면 훌쩍 자라는 아주까리
아주까리 나물은 흔히 "1년에 딱 한 번만 먹을 수 있는 나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번 먹을 수 있다. 봄철 어린잎이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아 이 시기에 주로 채취해 먹는 것은 맞지만, 6월부터 서리 내리기 전까지 15~20일 간격으로 여러 번 수확이 가능하다.
또한 농가에서는 여름과 가을에도 아주까리 잎을 여러 차례 수확해 삶아 말린 뒤, 겨울철(특히 정월대보름)에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1년에 한 번만 먹는다"는 표현은 어린잎이 가장 맛있는 시기를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는 여러 번 수확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사라져가는 아주까리...변화한 한국인의 식문화
예전에는 흔했던 아주까리가 이제는 길가에서 보기 힘들어진 것은 우리 식문화와 농업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도시화로 인한 재배지 감소, 수익성 있는 다른 작물로의 전환, 그리고 아주까리 나물의 특유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층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렇게 한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아주까리는 이제 특정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귀한 식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영양학적 가치와 다양한 효능을 생각하면, 우리의 식탁에 다시 돌아올 가치가 충분한 식물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