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불과 24일 앞두고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사태'

2025-05-1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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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강제 후보 교체 착수

김문수 국민의힘 통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통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국민의힘이 대선을 불과 24일 앞둔 10일 김문수 당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원내 제2당이자 전 여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민주적 절차로 뽑힌 대선 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양일간 실시된 단일화 선호도 조사를 마친 국민의힘은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간에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후보 교체를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 선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적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정으로 선호도 조사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한 후보 지지도가 우세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상당한 사유 발생 시 비대위 의결로 대선 후보 선출 사항을 정할 수 있다'는 당헌 조항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경선으로 뽑힌 대선 후보를 임의로 교체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중 김 후보 자격 취소와 한 후보의 입당 및 후보 등록을 완료하고 대선 후보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에 전국위원회 의결로 한 후보를 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계획이다.

다만 김 후보 측이 지도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까닭에 후보 등록을 둘러싼 추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 측이 제기한 '전국위원회·전당대회 개최 중단' 및 '후보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은 전날 모두 기각된 바 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후보는 김문수"라며 "이날 아침 후보 등록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의 후보 재선출 결정에 대해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향후 파장의 정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후보 측은 당 사무처에 선관위 후보 등록을 위한 기탁금과 대표 직인 제출을 요구했으나, 당은 이에 대해 '무대응'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옥새 파동'의 재현을 예고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정당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례적인 후보 교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심야 의원총회에서는 대선 후보 재선출 여부 결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투표를 실시했으며, 전국위 개최 전 당원 대상으로 한 후보 재선출에 대한 찬반 투표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조치가 강제 후보 교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경선을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대선 후보를 당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만으로 강제로 교체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국민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태라는 지적도 있다.

한 후보는 비대위 단계에서 후보 재선출 건이 의결되는 즉시 입당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후 경선 선관위와 비대위가 대선 후보 추가 공모 절차를 거쳐 한 후보를 단수 추천·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절차가 불과 하루 만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졸속 처리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헌에 따르면 11일 열릴 전국위 의결은 전당대회 의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계획대로라면 한 후보는 전국위 의결 직후 '기호 2번'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중앙선관위에 정식 등록될 전망이다.

이양수 사무총장 겸 경선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 측 직인 제출 요구에 대해 "누군가 달라고 해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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