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잭팟' 터졌다…먹고 버린 껍질의 반전 '정체'

2025-05-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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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성분이 90% 이상인 천연자원
악취와 환경 오염은 물론, 처리 비용만 수백억 원

매년 수십만 톤이 쏟아지며 골칫덩이 취급받던 ‘이것’이 120억 원대 수출 계약으로 거듭났다. 누군가는 버렸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미래를 본 자원이 있다. 바로 굴껍질이다.

2012년 12월 19일 전남 강진군 대구면 남호마을 바닷가에서 어민들이 자연산 굴을 수확하고 있다 / 뉴스1(전남 강진군 제공)
2012년 12월 19일 전남 강진군 대구면 남호마을 바닷가에서 어민들이 자연산 굴을 수확하고 있다 / 뉴스1(전남 강진군 제공)

해산물 요리 중 빠질 수 없는 대표 메뉴 굴. 굴은 식탁 위에선 겨울철 별미로 사랑받지만, 다 먹고 난 뒤 남는 껍질은 오랫동안 지자체와 어민들의 고민거리였다. 연간 30만 톤 이상이 배출되는 굴껍질은 제대로 된 처리 시설이 부족해 대부분 바다나 야산에 방치된다. 이로 인한 악취와 환경 오염은 물론, 처리 비용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굴껍질에서 120억 원 규모의 글로벌 계약이 나왔다.

헤럴드 경제 등에 따르면 한국화학연구원 창업기업 ㈜피엠아이바이오텍(PMI)은 지난 2월, 굴껍질을 활용한 친환경 칼슘 제품을 미국의 글로벌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5년간 약 120억 원. 국내에서 쓰레기 취급받던 굴껍질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원료로 탈바꿈한 것이다.

굴껍질은 칼슘 성분이 90% 이상 함유된 천연 자원이다. 식품용 칼슘,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물론 플라스틱, 고무, 시멘트 등 산업 원료로도 활용될 수 있어 원재료로서 가치가 높다. 그러나 기존에는 고온 소성과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 필수였기 때문에, 환경 부담과 생산 비용이 커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PMI는 이러한 한계를 ‘비소성 친환경 공정’으로 돌파했다.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기분해 없이 수산화 이온(OH⁻)을 자연 발생시키는 방식을 통해 칼슘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폐수를 공정 내에서 순환 재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자체 흡수·재활용하는 친환경 설계가 더해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 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 사진

덕분에 해당 공정에서는 악취 유발 물질이나 온실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PMI는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형 칼슘 생산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로 생산된 칼슘은 99% 이상의 고순도, 중금속 함량은 기존 대비 1% 이하, 생체 흡수율은 3배 이상으로,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 ‘프리미엄 원료’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북미와 남미 주요 유통망에 공급 중이며, 유명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와도 납품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박정규 PMI 대표는 “굴껍질로 만든 고순도 친환경 칼슘은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국내 시장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을 실현하는 혁신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연합뉴스TV

한때는 바다와 해변에 쌓인 골칫거리였던 굴껍질. 지금은 지구를 살리고 산업을 움직이는 친환경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먹고 버린 껍질’이 120억 잭팟으로 돌아오는 시대, 이제는 음식 그 이후까지 생각할 때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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