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7만 명 봤는데 대이변...넷플릭스 TOP10 진입한 '한국 영화'
2025-05-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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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개봉 당시 누적 관객 76,846명 동원해 흥행 참패
6년 만에 넷플릭스 TOP10 진입하며 반전 역주행 이변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가 7만 명을 겨우 넘겼던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대반전을 이뤘다. 극장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6년 만에 TOP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주인공은 지난달 2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박수진)이다. 2019년 2월 27일 개봉 당시 누적 관객 76,846명을 기록하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최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10 영화' 부문에서 9위에 오르며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어쩌다, 결혼'은 항공사 오너 2세 성석(김동욱)과 전직 육상요정 해주(고성희)가 각자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3년간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결혼이 필요한 성석과, 가족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인생을 되찾고 싶은 해주가 맞선 자리에서 만나 '계약 결혼'을 선택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소 다른 결의 작품이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목표로 하기보다, 그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두 주인공의 가치관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과 자립,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결혼관이 주요한 감상 포인트다.
김동욱은 허술한 듯 보이지만 속은 꽉 찬 항공사 오너 2세 성석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고성희는 한때 잘나가던 육상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은퇴한 해주 역을 통해 단단하고 긍정적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한다. 두 배우의 티키타카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어쩌다, 결혼'은 OTT 시대의 소비 흐름과 맞물려 관객에게 재발견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코미디 영화 '스텔라'(감독 권수경)가 있다. 이 작품은 2022년 4월 개봉 당시 누적 관객 9만 7,000명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지난달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개 이틀 만인 지난달 20일부터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순위에 오르며 예상 밖의 역주행을 보여줬고, 이후 상당 기간 순위권을 유지했다. 극장에서는 고배를 마신 작품이지만, OTT를 통해 새로운 소비층을 만나며 '입소문 역주행'이라는 흐름에 올라탄 대표적인 예로 평가된다.
플랫폼 환경의 변화도 이번 역주행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사용자 기반이 넓고 추천 알고리즘이 강한 OTT 플랫폼 특성상, 극장 개봉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도 뒤늦게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결혼' 역시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젊은 세대의 회의적인 시각을 유쾌하게 풀어낸 설정이 현재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람객들은 "김동욱이 하드캐리 한다", "생각보다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 "코미디도 멜로도 과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결말이 뻔하지 않아 좋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조연 및 단역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연출을 맡은 박호찬, 박수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당시 매일 열 페이지씩 나란히 써 내려가며, 신마다 피드백과 수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욱, 고성희 외에도 황보라, 김의성, 염정아, 임예진, 조우진, 이정재, 정우성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들이 조연 및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탰다.
이번 역주행은 '어쩌다, 결혼'이라는 작품의 재발견이자, 한국 영화가 OTT 플랫폼에서 제2의 생명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흥행 실패작'이라는 수식어로 묻히기엔 아까운 콘텐츠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다시금 조명 받는 흐름은 앞으로의 한국 영화 유통 구조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 TOP10 영화 순위에는 '승부', '사라진 탄환3', '엑스테리토리얼', '진범', '하얼빈', '대가족',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해벅', '어쩌다, 결혼',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극장에서는 7만여 명만이 본 '어쩌다, 결혼'이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클릭을 이끌어내며 역주행의 중심에 섰다. 한국 영화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 작품이 앞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 ‘어쩌다, 결혼’(Trade Your Love, 2019)>
개봉 2019.02.27.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멜로/로맨스, 코미디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87분
배급 CGV 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