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 침입' 후 647년 만에 우리 고국으로 돌아왔는데…일본 반발에 다시 떠났다
2025-05-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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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일 만에 일본으로 떠난 우리 문화재 '금동 관세음보살좌상'
왜구에게 약탈당한 뒤 647년 만에 돌아온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불상은 나가사키현 쓰시마의 간논지에 잠시 머물렀다가 보안이 강화된 쓰시마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충남 서산 부석사 설법전에서는 지난 10일 불상 반환을 기념하는 봉송 법회가 열렸다. 법회 직후 불상은 특수 운송차량에 실려 부석사를 떠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후쿠오카로 이동했고, 이후 배편으로 대마도에 도착했다.
이 불상은 높이 50.5센티미터, 무게 38.6킬로그램으로 고려 말인 1330년 무렵 부석사에 봉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1378년 왜구의 침입으로 약탈된 뒤 일본 간논지에 머물러 오다, 2012년 도굴꾼들에 의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부석사는 불상의 원소유권을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했고, 여론도 이를 지지했다. 2017년 대전지방법원은 부석사 인도를 명령했으나 일본 측 반발 속에서 2023년 2심에서는 반환 판결이 나왔고, 같은 해 10월 대법원이 일본 소유권을 최종 확정했다.
이후 부석사와 간논지는 10년 넘게 이어온 분쟁을 마무리하며 불상을 간논지로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다만 부석사 측은 불상이 떠나기 전 친견회와 의식을 치를 시간을 요청했고, 간논지도 이를 받아들였다. 부석사는 올해 1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647년 만의 귀향’을 기념하는 100일간의 고별 법회를 열었다.

불상은 1월 간논지에 공식 반환됐지만 부석사의 요청에 따라 100일간 대여 형식으로 부석사에 남아 있었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법회에서 약탈문화재나 본래의 장소를 떠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되고, 이를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모범사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협력도 강조했다.
법회에는 간논지의 다나카 세코 전 주지가 참석해 부석사 측이 제안한 문화재 교류 전시 등은 나가사키현이나 일본 정부와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부석사는 불상의 연구·보관용 복제품 2점을 제작하기 위해 3차원 스캔을 요청했으나, 일본 측은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