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여기 있지?...제주서 첫 발견돼 난리 난 '멸종위기종'
2025-05-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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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만에 피는 꽃’이라 불리는 멸종위기종, 제주서 첫 발견
광택과 주름이 살아 있는 잎…악어 등 연상케 해
평범한 연꽃과는 전혀 다른, 뾰족한 가시로 뒤덮인 특이한 식물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와 환경 당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가시연꽃’이 제주 자연 생태계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생 중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식물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독특한 생존 조건을 갖추고 있어, 유입 경로와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제주 MBC 보도에 따르면, 가시연꽃이 발견된 곳은 축구장보다 넓은 면적의 저류지다. 초록빛 둥근 잎들이 수면을 빽빽하게 덮고 있어 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지름이 1미터가 넘는 잎이 악어 등처럼 뾰족한 가시를 품고 퍼져 있다. 이 중 일부는 잎을 뚫고 솟아오른 꽃대를 통해 보라색 꽃을 피웠는데, 꽃잎 전체에도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가시연꽃은 주로 경남 창녕, 양산 등지의 오래된 연못이나 자연 습지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제주에서의 자생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해당 지역은 수심이 어른 허리 높이보다 얕고, 물결이 거의 없는 환경으로 가시연꽃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따라 유입 경로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과거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해당 군락지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 형성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승훈 제주도세계유산본부 녹지연구사는 "다른 지역에서는 자생지가 보고된 바 없어, 인공적으로 옮겨졌거나 물새 등에 의해 종자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시연꽃은 생태적 특성상 발아 조건이 까다로워 꽃 핀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어 ‘백 년 만에 피는 꽃’으로 불린다. 잎자루가 자라나는 초기 수심이 고정되며, 이후 수심이 깊어지면 잎이 물에 잠겨 고사할 수 있다. 일정한 수심과 조용한 수면 환경이 유지되어야 안정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어, 자연 상태에서의 군락 형성은 드물다. 따라서 이번 제주 발견은 국내 생물다양성 보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가시연꽃의 잎은 최대 2m까지 자라며, 앞면은 광택과 주름이 살아 있는 악어의 등 피부를 연상케 한다. 7~8월 사이 화려한 자색 꽃을 피우고,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덮여 있다. '그대에게 행운을'이라는 꽃말을 지닌 이 식물은 관상 가치도 높은 편이다.
이번 제주 발견 사례는 멸종위기종의 자생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외래종 또는 인위적 이식에 따른 생태계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을 제기한다. 제주도는 해당 지역의 서식 환경을 정밀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군락 보존 및 생물 다양성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가시연꽃은 최근 충남 천안 삼은저수지에서도 개화가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다. 천안시는 직산읍 삼은저수지 내 생물다양성 증진 구역에서 가시연꽃이 안정적으로 활착해 개화했다고 지난해 9월 11일 밝혔다.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이 종이 안정적인 개화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가시연꽃의 자생지 확대가 생물다양성에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인위적 개입에 따른 생태계 혼란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멸종위기종의 번식과 서식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만큼, 향후 관리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게 왜 제주에 있지?’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지를 되짚게 한다. 가시연꽃은 그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