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에서 유튜브 보셨나요? 아이는 망가지고 있습니다”
2025-05-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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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스마트폰, 아이 마음에 새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
디지털 디톡스로 깨우는 건강한 부모-자녀 소통
아이 곁에서 무심코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과연 괜찮을까.
최근 해외 연구에서 부모의 전자기기 사용 습관이 자녀의 인지 능력과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따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전자기기의 사용이 부모-자녀 간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아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만 5세 미만 유아를 양육하는 부모의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 울런공대학교(UOW) 연구팀이 5세 미만 아동 1만 5000명의 생활 및 발달 데이터를 분석해 진행했다. 연구팀은 부모의 전자기기 사용 빈도와 아동의 인지 및 정서 기능 사이의 상관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부모가 자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환경에 놓인 아이일수록 계획 능력이나 조직력, 주의력 등 핵심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감정 조절이나 사회적 대응 능력에도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슬픔, 두려움, 걱정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자주 경험하고, 감정 표현이 억제되거나 비정상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아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 부모가 즉각적이거나 공감 어린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울런공대 연구팀은 “부모는 자녀에게 있어 첫 번째 교사이자 가장 중요한 정서적 지지자”라며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뇌 구조 형성과 정서 안정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아기에는 부모의 눈 맞춤, 말투, 반응 등이 아이의 사회적 기능과 뇌 연결망 형성에 중요한 자극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전자기기에 몰두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에게 예민하고 미묘한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연구진은 또 디지털 기기의 무분별한 사용이 부모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알림음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온라인 피드를 계속 확인하는 습관이 부모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전반적인 양육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소외감을 안겨주며, 더 나아가 문제 행동이나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옆에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놀이 시간을 갖는 동안에는 전자기기를 멀리 두는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부모가 먼저 디지털 습관을 점검하고, 건강한 소통 환경을 만들어야 아이의 뇌와 마음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자녀 양육에서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현대적 변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며, 앞으로 부모의 디지털 행동이 자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