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4시간만 자도 멀쩡한 사람들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졌다
2025-05-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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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때문 아니었다... '그것'에 답이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UCSF) 연구팀이 13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SIK3 유전자 돌연변이가 숏 슬리퍼의 수면 패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수면 효율성을 높이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규명한 최신 사례로 주목받는다.
SIK3 유전자는 뇌의 시냅스에서 작용하는 효소를 암호화하며, 수면의 지속 시간과 깊이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에 특정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수면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SIK3 돌연변이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돌연변이를 적용한 생쥐는 일반 생쥐에 비해 하루 평균 31분, 즉 약 4.3% 적게 잤다. 일반 생쥐의 평균 수면 시간이 약 12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놀라운 점은 수면 시간이 줄었음에도 돌연변이 생쥐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들의 뇌 시냅스에서는 SIK3 관련 효소의 활성이 증가해 수면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활성 증가가 뇌의 항상성 유지 기능을 강화해 적은 수면으로도 충분한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수면 시간 자체보다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유전자 수준에서 입증한 첫 사례다. SIK3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수면 중 신체의 해독, 세포 회복, 뇌 기능 유지와 같은 생리적 과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잠을 덜 자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회복 효과를 얻는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7~8시간 수면으로 얻는 회복 효과를 숏 슬리퍼는 4~5시간 만에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 연구가 수면 과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SIK3 돌연변이 발견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유전적 요인을 밝힌 획기적인 연구”라며 “장기적으로 수면 장애 치료나 개인 맞춤형 수면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 연구는 수면 시간이 짧아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유전적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숏 슬리퍼의 비밀이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유전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SIK3 돌연변이는 뇌가 수면 중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 적은 시간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SIK3 돌연변이가 수면 효율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을 추가로 분석 중이다. 특히 이 돌연변이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나 시냅스 가소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SIK3 효소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불면증이나 과다 수면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수면 전문가들도 이번 연구의 의의를 높게 평가했다. 미국 수면의학회(AASM) 소속 전문가는 NBC 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발견은 ‘얼마나 오래 자느냐’보다 ‘어떻게 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며 “수면 생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SIK3 돌연변이는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필요한 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이는 개인 맞춤형 수면 관리나 약물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는 숏 슬리퍼의 유전적 특성이 단순히 개인의 생활 패턴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생산성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적은 수면으로도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 관리와 삶의 질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SIK3 돌연변이가 전체 인구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이 돌연변이는 전체 인구의 약 1% 미만에서만 발견된다. 일반인이 이를 자연적으로 가질 확률은 매우 낮다.
한국 네티즌들도 이 연구 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숏 슬리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적은 수면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높은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공유했다.
“내게 저 유전자가 있었구나. 7~9살 때 새벽 6시에 일어나 항상 혼자 용마산에 등산했다. 요즘 엄마들은 난리를 치겠지만 당시엔 엄마도 뭐라 안 했다. 하루 평균 3~4시간 수면으로 몇십년을 보냈다. 정말 신기하게도 30대 때 몇 달을 안 자본 적도 있다. 컨디션에 이상이 없었다. 해외 촬영을 종종 갔는데 시차라는 게 전혀 없어서 일하기 정말 좋았다. 국내 여행을 다닐 때는 숙소를 안 잡아도 돼서 숙박비를 많이 절약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내 얘기다. 새벽 2시에 자고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을 준비한다. 10년 넘게 이렇게 살았다. 심지어 직장 가까이 살 때는 아침 걷기 한 시간씩 하고 출근했다”라고 말했다. “딱 내 이야기다. 4시간 자고 일어나면 정상 컨디션이지만 12시간 자면 허리 아프고 오히려 컨디션이 다운된다”라고 말한 네티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