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에서 불침번 근무 때 성행위 한 육군 병사 2명, 대법원 '단호한' 결정
2025-05-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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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중 성적 자기결정권 관련 대법원 판결
부대에서 성행위를 한 군인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군 복무 중 생활관이나 근무 시간에 이뤄진 성적 행위는 당사자 간 자발적이었다 하더라도 군기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인정하되, 군 특성상 기강이 요구되는 시점과 장소에선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병사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다시 판단하라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 씨는 2020년 7월부터 9월까지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 부대에서 동료 병사 B 씨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두 사람은 비번 시간에 막사 내 격리 생활관에서 성적 접촉을 했고, B 씨가 불침번을 서던 도중 화장실에서도 유사 성행위를 벌였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가 군형법 제92조의6에 명시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다. 해당 조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이 항문성교나 이와 유사한 추행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2022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동성 군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근거로 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군인의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면, 그것만으로 군기의 직접적·구체적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오랜 기간 군형법상 동성 간 성행위를 포괄적으로 처벌해온 판례를 사실상 바꿔놓았다.
2심 재판부도 이 판례를 인용했다. 격리 생활관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며, 행위가 근무 시간이 아닐 때 이뤄졌다는 점, 또 화장실이라는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점 등을 들어 “군 기강을 직접적으로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생활관은 군 조직 내 훈련과 집단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사적 공간과는 명백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또 불침번은 군사적 목적에 따른 엄연한 근무 시간이므로, 그 시간대의 성적 행위는 군 기강을 무너뜨릴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위 장소가 격리 생활관이라 하더라도 군사 질서가 유지돼야 하는 공간인 이상, 성행위가 자발적이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면책 사유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불침번 근무는 군의 안전과 직결되는 임무로, 이에 집중하지 않고 사적인 행위를 한 것은 군기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군형법 92조의6을 적용할 때 단순히 행위의 자발성과 장소의 은밀성만으로 군기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되, 군 조직의 특성과 임무의 중요성에 따라 일정 부분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균형점을 제시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은 군 복무 중 성적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는 결정적 사례”라며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