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시작하자마자 전국서 난리…현수막 '소장용'으로 떼면 생기는 일
2025-05-1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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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현수막 훼손 이유에 따라 법적 처벌 수위 달라져
제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경우 자칫하면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대통령 선거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50대 남성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A 씨는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오전 부산 서구 한 노상에 설치돼 있던 선거 현수막을 잡아 뜯어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추적과 탐문수사를 통해 A 씨를 검거했다.
또 같은 날 강원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신원미상자 B 씨는 대통령 선거 후보자 현수막을 훼손해 현재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B 씨는 전날 오후 1시 39분께 동해 북평동 이원사거리 인근에 설치된 이재명 후보의 현수막 1매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삼척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유세 차량 타이어가 훼손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삼척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60대 C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C 씨는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삼척 성내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된 이 후보의 선거 유세 차량의 타이어를 칼로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C 씨는 현장에 있던 민주당 관계자 등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C 씨는 민주당 관계자에게 욕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현수막과 벽보 등 홍보물을 훼손하거나 철거하면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한 혐의로 송치된 이들은 850명이었다. 이는 당시 선거사범 총 2614명 중 32.5%를 차지했다. 10명 중 3명 이상이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한 혐의를 받은 셈이다.
이들이 홍보물을 훼손한 이유는 다양하다. 대부분은 홍보물이 시야를 가려 답답하다거나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실제 지난해 8월에는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걸린 총선 후보자의 현수막을 여러 차례 찢고 포스터 형태의 홍보물을 손으로 뜯은 혐의로 기소된 60대 D 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건물 1층 출입문에 붙어 있는 선거 포스터로 인해 내부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짜증 나서 현수막을 훼손했다"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은 "공직선거와 관련한 선전물을 훼손하는 행위는 선거의 알 권리와 공정성을 해치는 범행"이라며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정치적 의도가 없었던 점과 D 씨의 행동이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홍보물을 훼손한 사람이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혐의가 일단 인정되면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될 수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스크림 나무 막대로 선거 벽보를 훼손한 중학생(당시 13세)도 소년부에 송치된 바 있다. 해당 중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걸어가다 자랑삼아 벽보를 훼손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선거 홍보물을 소장하고 싶어 떼어내거나 후보자를 응원하는 낙서를 남겨서도 안 된다. 실제 청주지법은 2022년 8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선거 벽보를 소장하고 싶어 떼어냈던 한 시민의 사건에 관해 벌금 5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으며 춘천지법은 제20대 대선 당시 특정 후보자의 현수막에 단순히 응원 의도로 별표를 그린 시민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