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때 출동했던 40대 소방대원, 트라우마 못 견디고 퇴직

2025-08-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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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출신이라 정신력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힘들더라”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 관계자가 이동식 침대를 옮기는 모습. / 뉴스1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 관계자가 이동식 침대를 옮기는 모습. / 뉴스1

이태원 참사 때 출동한 40대 소방서 구조대원이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퇴직했다고 한겨레가 19일 단독 보도했다.

이태원 참사란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 와중에 발생한 압사 사고를 말한다. 이 사고로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다쳤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 마포소방서 구조대원이었던 김모(48)씨는 참사 발생 당일 현장에 출동해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구조 활동에 나섰다. 사실상 희생자 시신을 옮기는 일을 주로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80~90구의 주검을 정신없이 한곳으로 옮기던 일이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이후에도 이 장면이 (사진처럼 박힌 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1년간 휴직을 신청한 뒤 복직했지만 현장 출동 때마다 참사가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3개월 만에 다시 휴직했는데, 1년 뒤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복직 첫날 퇴직을 결심했다. 현재는 부산에서 건설 현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스스로 노력해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소방관으로 일할 때보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소방 관련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특전사에서 복무해 정신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그런 것과 관계없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퇴직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에 따른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그는 “공무상 요양 불승인 통보에도 일단 빨리 퇴직하자는 생각에 억울했지만 이의신청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에서 실종된 소방관 A(30)씨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 모 소방서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 10일부터 연락이 끊겼다. 실종 당일 오전 2시 30분쯤 A씨는 남인천요금소를 빠져나온 뒤 차량을 우측 갓길에 정차시킨 후 사라졌다.

그의 휴대전화 신호는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에 있는 한 아파트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해당 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A씨 행방을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참사 직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2022년 11월과 12월 모두 네 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하신 분들을 검은색 구역에서 놓는데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들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A씨 가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반장으로 선두 지휘를 했고 이때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겨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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