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나무... 나뭇잎 하나만으로도 치명적
2025-05-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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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보다 위험하다는 맹독을 품고 있는 나무
여름철 제주에 가면 분홍빛 꽃이 도로변을 물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장굴로 향하는 길, 신대로의 가로수 사이로 화려하게 피어난 이 꽃은 멀리서 보면 복숭아꽃을 닮았다. 이 이국적인 아름다움 뒤에는 치명적인 비밀이 숨어있다. 협죽도(夾竹桃). 이름만으로도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식물이다. 관상용 나무로 사랑받는 동시에 잎 한 장에도 생명을 앗아갈 독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협죽도는 쌍떡잎식물 용담목 협죽도과에 속하는 넓은잎 늘푸른 떨기나무다. 협죽도는 잎이 좁고 줄기는 대나무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복숭아와 비슷해 유도화로도 불린다.
종명은 올리앤더. 올리브 나무와 비슷한 모습에서 비롯됐는 설도 있고, 그리스어로 ‘죽이다’(올리오)와 ‘사람’(안드로스)을 합쳐 독성을 암시했다는 설도 있다. 원산지는 인도지만 지중해 연안, 아프리카 북부, 아라비아반도, 남아시아, 중국 남부 윈난성까지 널리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와 남부 해안 지역에서 자생한다. 특히 제주도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협죽도는 높이 2~4m까지 자란다. 잎은 피침형으로 길이 7~15cm, 너비 8~20mm 정도다. 두껍고 질긴 잎은 돌려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7~8월에 가지 끝에서 취산꽃차례로 피어난다. 지름 4~5cm의 꽃은 분홍색, 흰색, 붉은색, 노란색 등 품종에 따라 다양하다. 협죽도는 햇볕이 많은 환경을 선호한다. 공해에 강한 내성과 대기 정화 능력 덕분에 과거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화분에 심어 실내 관상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국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협죽도의 아름다움은 치명적이다. 비유법이 아니라 실제로 치명적이다. 협죽도는 강심배당체인 올레안드린을 주성분으로 하는 강력한 독을 지녔다. 올레안드린은 심근에 작용해 울혈성 심부전에 효과가 있지만, 다량 섭취 시 심장이 수축된 채 회복되지 않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는 올레안드린에 대해 '협죽도에서 발견되는 강심배당체로 심혈관계와 위장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돼 있다. 0.2g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청산가리보다 유독하다는 데서 올레안드린이 얼마나 위험한지 짐작할 수 있다.
협죽도 독성은 주로 잎에 집중되며, 꽃이 필 때 최고조에 달한다. 소의 치사량은 마른 잎 기준 50mg/kg, 고양이는 0.197mg/kg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경우 개인차가 크다. 성인은 잎 10~20장을 먹어도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어린아이는 잎 한 장으로도 치명적이다. 중독 증상은 어지럼증, 복통, 구토, 설사, 식은땀, 현기증, 침흘림, 경련, 호흡곤란, 심장마비까지 다양하다. 과거에는 협죽도 즙을 화살촉에 바르거나 사약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연기를 흡입해도 독성이 전이되므로, 불에 태우는 것도 위험하다.
협죽도 독성을 두고는 여러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수학여행 중 학생이 협죽도 가지를 젓가락 대신 사용해 김밥, 컵라면을 먹다가 사망했다는 설이 전해진다. ‘도시전설’급 얘기여서 믿거나 말거지만 실제 사망 사례가 있다. 미국에선 협죽도 가지로 콘도그(막대기에 소시지를 꽂고 밀가루와 옥수수 전분 반죽을 감싸 튀겨내거나 구워낸 요리)를 만들어 먹고 사망한 사례, 프랑스에서는 바비큐 장작으로 사용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다만 2005년 미국임상독성학회 연구에서는 협죽도 가지로 고기를 구웠을 때 검출된 올레안드린 농도가 치명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사망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연구 설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협죽도는 약용으로도 쓰인다. 껍질과 뿌리는 강심제와 이뇨제로, 잎은 협죽도엽이라는 생약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강한 독성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크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는 신선한 잎 3~4개를 달여 복용하거나 0.09~0.15g을 분말로 먹는 용법을 소개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부족하다. 친환경 농업에서는 협죽도를 훈증해 천연 농약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베트남 하노이와 하롱베이를 잇는 고속도로엔 병충해 방지를 위해 협죽도가 심겨 있다.
제주도에서는 1985년과 1999년에 협죽도를 가로수로 심었다. 현재 제주시 신대로, 도리로, 삼무공원 등에 300그루 안팎의 협죽도가 남아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심지 않은 협죽도나 개인이 재배한 경우는 분포가 파악되지 않는다. 독성에 대한 우려로 경남 통영시는 협죽도를 모두 제거했다. 반면 제주도는 인명피해가 드물고, 먹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주 곳곳엔 ‘식물 전체에 독성이 있으므로 식용 및 젓가락 용도로 사용 금지’라는 안내판 10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나 이주민은 협죽도의 위험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협죽는 꽃말조차 섬뜩하다. ‘위험’, ‘주의’, ‘방심은 금물’. 감상만 하고 절대 만지거나 입에 대지 말아야 할 나무. 그것이 협죽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