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관상용인데… 한국에선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뜻밖의 식물

2025-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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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와 들판에 널려있는 '생태계 교란종' 식물

길가와 들판을 하얗게 뒤덮는 식물이 있다. 언뜻 보면 국화처럼 우아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은 민들레처럼 부드럽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식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정체는 ‘미국쑥부쟁이’다.

미국쑥부쟁이 자료 사진. / SHAZIZZ-shutterstock.com
미국쑥부쟁이 자료 사진. / SHAZIZZ-shutterstock.com

미국쑥부쟁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 다년생 식물이다. 줄기는 30~120cm까지 자라며, 잎은 좁고 길쭉하다. 9~10월이면 흰색이나 연보라색 꽃이 피어나는데, 꽃잎은 가늘고 별처럼 퍼져 있다. 씨앗에는 하얀 관모가 붙어 있어 바람에 쉽게 날아다닌다. 이 식물은 황무지, 도로변, 제방, 심지어 과수원에서도 자란다.

한국에는 1900년대 초반, 정확히는 1910년대쯤 관상용이나 원예용으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빠르게 퍼져 전국적으로 분포하게 됐다. 현재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 전역에서 발견된다. 특히 경기도, 전라도 해안, 남해안 지역에서 밀도가 높다.

이 식물은 원래 북아메리카 초원과 숲 가장자리에서 흔히 자랐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흔한 야생화로, 일부 지역에서는 정원용 꽃으로 키우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쑥부쟁이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2016년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국쑥부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고시했다. 이 식물은 한 개체당 3~4만 개의 씨앗을 생산하며, 바람에 의해 멀리 퍼진다. 씨앗은 빛이 있는 조건에서 높은 발아율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미국쑥부쟁이는 번식 속도가 빨라 다른 식물의 생육 공간을 빠르게 차지한다. 특히 토종 식물인 쑥부쟁이(Aster yomena)와 경쟁하며 서식지를 위협한다. 토종 쑥부쟁이는 보라색 꽃을 피우며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루지만, 미국쑥부쟁이는 군집을 형성해 종의 다양성을 떨어뜨린다.

미국쑥부쟁이 자료 사진. / leejunho-shutterstock.com
미국쑥부쟁이 자료 사진. / leejunho-shutterstock.com

지난달 서귀포시는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 사업을 추진하며, 미국쑥부쟁이를 주요 제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식물은 농경지와 과수원에 침입해 작물 생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과수원에서는 햇빛과 영양분을 가로채 과일 생산량을 떨어뜨리고, 도로변에서는 경관을 해친다. 제주 지역에서는 해안가 식생을 교란해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쑥부쟁이가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생태계에 해를 끼치면서도 일부 국가에서는 관상용으로 사랑받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관리 대상이지만, 북아메리카에서는 정원에서 흔히 심는다. 꽃이 예쁘고 관리하기 쉬워 절화용으로도 쓰인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일부 정원에서 장식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생태적 위해성이 드러나면서 현재는 퇴치 대상이 됐다. 미국쑥부쟁이는 유럽에서도 외래종으로 분류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정원용 식물로 재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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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 시 유의점도 있다. 미국쑥부쟁이는 생태계 교란종이라, 무분별하게 뽑을 경우 오히려 씨앗이 퍼질 수 있다. 씨앗이 바람에 날리기 전, 뿌리째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거한 식물은 비닐봉지에 밀봉해 폐기해야 하며, 씨앗이 성숙하는 8~9월 이전에 처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작업 시에는 장갑을 착용해 피부 자극을 막는 것이 좋다.

관리 방안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리적 방제로는 예초나 줄기 절단이 가능하지만, 뿌리가 깊게 박혀 있어 완전 제거를 위해서는 채취와 같이 뿌리째 뽑아야 한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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