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검사했냐” 비아냥대더니…쌀 대란 1년째인 일본서 한국쌀 대박 터졌다
2025-05-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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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부터 쌀값 고공행진 이어져 온 일본
일본 내 쌀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산 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비축미 방출에도 불구하고 쌀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한국산 쌀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 해남에서 생산된 브랜드 쌀이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완판되며 이목을 끌고 있다.

NH농협무역은 이달 초 일본으로 수출한 전남 해남 브랜드 쌀 10톤이 판매 개시 약 열흘 만에 전량 판매됐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NH농협무역은 지난 3월 한국산 쌀 2톤을 해당 회사를 통해 일본에 수출해 도쿄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내 슈퍼와 일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다. 이번 수출 물량은 초기 반응에 힘입어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수출에서는 유통 채널도 다양화했다. 지난달에는 주로 농협의 일본 현지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일본 현지의 쌀 도매상들을 통해 본격적인 유통이 진행됐다. 일부 남은 소량만 농협의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비자들은 일본산 쌀 대비 10%가량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이달 4일 전국 슈퍼에서 판매된 쌀 5kg의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19엔(약 180원) 하락한 4214엔(약 4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18주 만에 처음으로 소폭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전년도 대비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일본 내 쌀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한국산 쌀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한국 해남에서 재배된 새청무 쌀이 일본에 수출되자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5채널'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절대로 필요 없다", "기분 나쁘다", "농약 검사했냐", "쌀 말고 또 뭐가 들어 있을까"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과는 달리 실제로 한국에서 쌀을 구매해 귀국하는 일본인도 나타났다. 지난달 한 일본 중년 주부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 여행 중 마트에서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간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필리핀 세부 여행을 마치고 한국을 경유하면서 백미 4kg과 현미 5kg을 구매했다. "한국 서울에서의 미션은 쌀을 사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일본에서 쌀 10kg이 약 8000엔(약 8만 원)인 반면 한국에서는 약 3000엔(약 3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쌀을 일본으로 반입하기 위해서는 검역 절차가 필요하다. A 씨는 인천국제공항 내 동물식물수출검역실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했고 검역 담당자는 그의 일본 주소를 확인한 뒤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발급했다. 약 30분이 소요된 검역 절차 후 그는 쌀을 일본으로 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쌀이 무거워서 근육 트레이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반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한국산 쌀에 대한 실질적인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일본인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일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쌀은 맛이 없다", "단맛도 없고 찰기도 없다. 술이나 미림을 넣고 밥을 지었는데 약간 딱딱해서 속이 아팠다"는 의견이 게시됐다. 또 "한국 쌀이 슈퍼에서 5kg에 세금 포함 3500엔으로 너무 비싸서 놀랐다. 전혀 안 팔리고 있었다. 700% 관세도 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도 이렇다 할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심지어 비축미를 두 차례나 풀었지만 쌀값을 못 잡고 있다.
일본의 쌀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3월 전국 소매상에서 판매된 쌀 5kg 평균 가격이 4206엔(약 4만 2000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대비 10엔(약 100원) 상승한 수치로, 1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이는 농림수산성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의 비축미 방출에도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자 일본 정부는 추가 대응에 나섰다.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은 비축미 입찰을 오는 7월까지 매달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하순에 10만 톤을 추가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두 차례 입찰을 통해 약 21만 톤의 비축미를 방출한 바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당시 "쌀 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추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산 쌀은 일본 내에서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점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해남 브랜드 쌀의 완판 사례는 향후 한국산 쌀의 일본 내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여전히 존재하는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극복할지, 또 일본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어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