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여아한테만…12개월 미만 아이 둔 부모들 심란해질 연구결과 나왔다

2025-05-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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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미만 아이 항생제 사용, 성조숙증 가능성 높여

태어난 지 12개월 내 항생제를 투여받은 여아의 경우 성조숙증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성조숙증 환자가 최근 5년간 70% 이상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모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만 8575명이었던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23년 18만6726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부모의 손을 잡은 아기의 손 / Julia Zavalishina-shutterstock.com
부모의 손을 잡은 아기의 손 / Julia Zavalishina-shutterstock.com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윤수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 1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소아내분비학회(ESPE) 및 유럽내분비학회(ESE) 공동 학술대회에서 밝혔다.

진성 성조숙증(CPP)으로 알려진 조기 사춘기는 2차 성징이 일찍 시작되는 질환이다. 여아는 8세 이전, 남아는 9세 이전 시작한다. 주로 여아에게 발생하며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난 수십 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연구팀은 이번에 국내 12개월 미만 영유아 32만 2731명의 항생제 복용 데이터를 분석했다. 특히 여아의 경우 9세, 남아는 10세가 될 때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생후 3개월 이전 항생제를 처방받은 여아는 다른 아이들보다 사춘기를 일찍 시작할 가능성이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생후 14일 이전에 처방받았을 경우 가능성은 40%로 높아졌으며 전반적으로 항생제 노출이 빠를수록 위험이 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5가지 이상의 항생제 계열을 사용한 여아는 2가지 이하 계열을 사용한 여아보다 조기 사춘기 위험이 22% 정도 높았다.

남아의 경우 항생제와 조기 사춘기 사이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앞선 연구에서 완전 모유 수유가 CPP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장내 미생물군이나 내분비 대사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초기 요인이 사춘기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의사와 부모가 어린이 치료 결정을 내릴 때 항생제의 장기적 효과를 고려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생물학적 원리를 이해하면 항생제를 더 안전하게 사용하고 어린이 조기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성조숙증은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성장판이 또래보다 빨리 닫혀 최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키가 정상보다 5~10cm 정도 작아진다거나 성호르몬에 조기에 노출돼 여아의 경우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불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성인이 되면 난소암이나 유방암 등 일부 질환의 발병 위험도 증가하며 폐경 시기까지 앞당길 수 있다.

정서적·사회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또래보다 이른 신체 변화로 인해 불안감과 스트레스, 우울감 등 정서적 불안이 커질 수 있으며 또래와 공감대 형성이나 사회성 발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성호르몬 분비가 일찍 시작되면 다른 호르몬과 균형이 깨지면서 신체 내 여러 기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걸음마를 떼는 아기 / maxim ibragimov-shutterstock.com
걸음마를 떼는 아기 / maxim ibragimov-shutterstock.com

항생제 외에도 성조숙증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유전적 요인이다. 부모나 친척 중 사춘기가 빨랐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도 성조숙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소아비만이거나 잘못된 식습관을 오래 지속해 온 아이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영양 과잉, 서구화된 식습관, 고열량 음식 섭취 등으로 인한 소아비만은 체지방 증가와 렙틴 호르몬 분비 증가를 통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성조숙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환경호르몬과 내분비계 교란 물질도 성조숙증을 촉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플라스틱, 농약, 살충제, 통조림 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DDE, PBB, PCB 등)은 체내에서 성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거나 내분비계를 교란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성조숙증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학업, 친구 관계, 가정 문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성장기에 필요한 충분한 수면 부족도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성조숙증 발생 위험을 높인다. 뇌종양, 선천성 뇌 기형, 뇌염, 뇌농양, 갑상샘 저하증, 난소·고환·부신 종양 등 특정 질환 역시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남아의 경우 병적 원인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 외에도 부당경량아(출생 시 체중이 또래보다 많이 낮은 경우)이거나 급격한 환경 변화 등도 성조숙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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