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했다”…12년 만에 떠나는 축구 레전드, 18일 공식 은퇴

2025-05-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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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MVP와 득점왕 차지한 축구 선수, 감동의 은퇴식
부상 딛고 일군 12년, 레전드의 마지막 순간

수원FC의 '레전드' 안병준이 12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지난 1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안병준의 은퇴식이 열렸다.

'하나원큐 K리그2 2021 대상' 시상식에서 MVP로 뽑힌 뒤 눈물을 보인 안병준 / 뉴스1
'하나원큐 K리그2 2021 대상' 시상식에서 MVP로 뽑힌 뒤 눈물을 보인 안병준 / 뉴스1

정장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안병준은 팬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서 아들 안용찬 군과 함께 시축을 하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그는 "중요한 경기 전에 소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제 은퇴식을 열어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수원FC라는 팀에서 선수로 뛰어 정말 행복했고, 좋은 추억을 같이 만들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은퇴했기 때문에 수원FC 팬들처럼 이 팀을 사랑하고 응원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병준은 독특한 이력으로 K리그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1990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조선인 3세로, 2011년 북한 성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에 데뷔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2017년 동아시안컵 등 8경기에 출전했다. 2013년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프로 데뷔를 했으며, 2019년 수원FC와 인연을 맺으면서 K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특히 2020년은 안병준의 전성기였다.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21골 4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2 MVP와 득점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경남FC와의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동점골을 성공시켜 수원FC가 5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안병준은 부산 아이파크에서도 맹활약했다. 2021년 부산에서 23골을 터뜨려 2년 연속 K리그2 득점왕과 MVP 타이틀을 거머쥐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어 수원 삼성을 거쳐 지난해 친정팀인 수원FC로 복귀했고,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K리그 통산 158경기에 출전해 69골 10도움을 기록한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 18일 수원FC의 레전드이자 북한 국가대표 출신 안병준의 은퇴식이 열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18일 수원FC의 레전드이자 북한 국가대표 출신 안병준의 은퇴식이 열렸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앞서 안병준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를 통해 팬들에게 직접 은퇴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무릎 상태가 계속 악화되면서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선수를 할 자격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고 많이 슬프기도 하지만, 동시에 큰 해방감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안병준의 선수 생활은 수술로 시작됐고, 이후에도 부상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축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시간도 길었다"며 "매일처럼 울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안병준의 고백은 선수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짐작케 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경기, 단 하나의 골이 그 힘든 시간들을 모두 잊어버리게 해줬고, 그런 순간을 위해서 노력하는 시간들이 저를 성장하게 해줬다"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혼자서는 도저히 견디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이제까지 저를 아끼고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하다. 12년 동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수원FC 레전드로 꼽히는 안병준 / 수원FC 공식 인스타그램
수원FC 레전드로 꼽히는 안병준 / 수원FC 공식 인스타그램

이날 은퇴식이 대전하나시티즌과의 경기 전에 열린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수원FC 승격의 주역이었던 옛 동료 마사(현 대전 소속)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이다. 당시 승격을 함께 이뤄낸 두 선수는 꾸준히 친분을 유지해왔고, 이날 서로 다른 팀 소속으로 그라운드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마사는 직접 안병준에게 은퇴 기념 액자를 전달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 안병준을 영입했던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특별한 소회를 밝혔다. 김 감독은 "한국에 왔을 때부터 지켜봤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선수 유형이다. 작년 후반기에 임대로 데려왔는데 무릎이 워낙 안 좋아서 아쉬움이 있었다. 조금 더 젊었을 때 만났으면 내가 작년에 고민한 스트라이커 자리를 한 방에 떨쳐줬을 거 같다"며 "그런 게 많이 아쉽지만 마지막까지 수원FC에서 한 선수에 대해 예우를 해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안병준도 은퇴 후 제2의 인생 잘 준비하는 거 같아서 앞으로도 응원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은퇴식 현장에서는 조원희, 박민규, 정대세 등 동료 선수들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고, 최순호 수원FC 단장이 직접 기념 액자를 전달했다.

안병준의 은퇴식 이후 진행된 경기에서는 수원FC가 리그 선두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레전드의 은퇴식 날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 승리로 수원FC는 3승5무6패(승점 14)로 리그 최하위(12위)에서 10위로 올라서며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수원FC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가족들과 함께 은퇴식에 참석한 안병준 사진과 함께 "굿바이 레전드"라는 글을 올리며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팬들도 "안병준을 소개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은퇴식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우리 팀 팬덤은 크지 않지만, 안병준 선수를 향한 마음만큼은 타팀 팬들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등의 댓글로 그의 은퇴를 축하하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 팬은 "벌써 2년 전인가요? 6월 6일 그때도 리그 1위 울산 현대와 경기, 박주호 선수 은퇴식 아쉬운 패배로 마무리했는데, 비록 안병준 선수 마지막 경기 울산전에서 패배했지만 은퇴식날 환희의 승리로 장식되어 더욱 뜻깊네요"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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