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마늘도 없는데…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국가 유산'으로 지정됐다는 '한국 음식'

육류도, 마늘도 쓰지 않는다. 오직 수행과 철학으로 만든 이 음식이 국가유산이 됐다.

바로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정신이 담긴 한국의 ‘절밥’,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19일 사찰음식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사찰음식은 승려들이 일상에서 섭취하는 수행식과 발우공양을 포함한 사찰 전통의 음식 문화다.

사찰음식은 사찰마다 전승되는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육류와 생선, 오신채(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재료를 쓰지 않는 채식 중심의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불교의 불살생(不殺生) 원칙과 절제, 생명 존중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에서 사찰음식은 불교 전래 이후 점차 자리 잡았으며,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 『조계진각국사어록』 등에는 사찰에서 먹던 채식 만두와 산갓김치 등과 관련된 기록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두부와 장류 같은 저장 음식을 공급하며 사대부가와 곡식을 교환하는 등 음식을 매개로 사회적 교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사찰음식은 현대에 들어 절을 넘어 국내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향토성과 계절감을 살리는 특징, 그리고 발효 중심의 조리 방식 등은 한국 사찰음식만의 독자성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사찰음식이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 정신과 생명 존중, 절제의 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독특한 음식 문화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사찰음식이 특정한 한 사람이나 단체가 아닌 사찰 공동체 전체의 참여와 집단 전승을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개별 보유자 없이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사찰마다 이어져온 다양한 조리법과 승려 중심의 공동체 전승 체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찰음식에 대한 학술 연구와 전승 활성화 프로그램 등을 적극 지원해 국가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전통 문화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