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이 바글바글...올해 첫 국내 출몰한 '혐오 생물' 정체
2025-05-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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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유입된 외래종으로 전신이 선명한 빨간색
한 번에 다수의 알을 낳고 급속히 개체 수 증가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일명 ‘빨간 진드기’로 불리는 다카라다니가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 출몰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선명한 붉은색의 작은 점들이 시멘트 벽이나 바닥에 무리지어 출현하면서 주민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2일 흥덕구 옥산면의 '우주어린이공원'에서 “빨간 진드기가 바글바글하다”는 시민 민원이 접수됐다. 이어 4일에는 청원구 내덕동의 동부창고 인근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들어왔다. 해당 민원이 확인된 직후, 관할 보건소는 각 현장에 두 차례 방역소독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라다니는 원래 일본 해안가의 바위 틈 등에 서식하는 생물로, 몸길이는 1mm 안팎이며 전신이 선명한 빨간색을 띤다. 기온 상승과 함께 해양을 따라 한반도로 유입된 외래종으로 추정되며,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변화에 따른 출현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23년까지 청주시에는 다카라다니 관련 민원이 한 건도 없었으나, 지난해에만 10건이 접수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우주어린이공원에서만 총 3건의 민원이 집중돼, 출몰 경로와 환경 특성에 대한 당국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생물은 ‘시멘트 진드기’, ‘시멘트 벌레’ 등으로 불리며, 양지바른 시멘트 벽, 난간, 옥상, 벤치 등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집중적으로 출몰하는 특징을 지닌다. 돌이나 벽돌 등 연식이 오래된 건축물의 표면에서도 흔히 발견되며, 햇빛과 유기물에 강하게 끌리는 성향을 보인다. 꽃가루나 미세한 유기물을 먹고 사는 생물로 알려져 있다.
눈으로 쉽게 구별되는 선명한 색상과 군집 형태 때문에 시민들에게 심리적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인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아주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거나, 비둘기 둥지, 매미류, 곤충류 등에 기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카라다니는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 한 번에 다수의 알을 낳고 급속히 개체 수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습기와 물에 약해, 장마철이나 살충제, 물 분사 등의 간단한 조치로도 효과적인 퇴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해마다 6월 장마철이 시작되면 개체 수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는 진드기에 의한 첫 사망 사례가 발생해, 유사 생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북 안동에서는 70대 여성이 야산에서 쑥을 캐던 중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게 물려 감염돼 끝내 사망했다. 이는 다카라다니와는 전혀 다른 종이지만, 진드기라는 공통된 키워드로 인해 일부 시민들은 혼동하거나 과도한 불안감을 보이기도 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다카라다니는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지만, 보기만 해도 혐오감을 줄 수 있고 기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발견 시에는 즉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고, 알레르기나 열감, 발진 등이 있을 경우 가까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다카라다니 출몰은 단순한 생태적 변화를 넘어, 기후 변화와 도시 환경, 방역 체계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외 유입 생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공공시설 위생에 대한 경각심 제고가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