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인기 치솟아 가격 폭등…한국인도 놀란 뜻밖의 ‘한국 채소’
2025-05-20 15:19
add remove print link
일본서 줄 서서 먹는다는 한국 전통 식재료
출하액 46억 2000만 원 돌파 사상 최고치 경신
한때 향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로 여겨졌던 미나리가 일본에서 뜻밖의 인기를 끌며 현지 식문화 트렌드를 뒤흔들고 있다. 미나리를 활용한 ‘미나리 삼겹살’이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미나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까지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 TBS의 인기 TV 프로그램 ‘히루오비(ひるおび)’는 미나리 삼겹살이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미나리 출하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방송은 미나리가 고기와 어우러질 때 특유의 향과 식감으로 새로운 미각 경험을 제공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도쿄 최대 한인타운인 신오쿠보 지역은 최근 미나리 요리를 맛보기 위한 일본인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미나리 삼겹살을 판매하는 일부 식당 앞에는 긴 대기 줄이 형성될 정도다. 실제로 한 도쿄 한식당 업주는 “손님의 90%가 미나리 찌개를 주문하고, 그중 90%는 다시 찾아온다”며 반응의 뜨거움을 전했다. 해당 식당에서는 미나리 찌개는 물론, 미나리 전·갈비탕·삼겹살 등 다양한 미나리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TV 방송에 출연한 일본 시식단은 “상쾌한 미나리 향이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잡아줘 조화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한류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다. 방송 이후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일본에서 미나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라는 키워드가 퍼지며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반응은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 내 미나리 찌개 취급 식당 수는 최근 10년 새 4.2배 증가했으며, 라면·스파게티 등 일본식 퓨전 요리에도 미나리가 다양하게 활용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소셜미디어에서도 “처음엔 향이 낯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그릇을 싹 비웠다”, “미나리 삼겹살이 인생 삼겹살 됐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한때 외면받던 채소가 이토록 빠르게 문화적 아이콘으로 반전된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본 내 미나리 도매가격도 최근 5년 평균을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미나리 출하액은 4억 8000만엔(약 46억 2000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요 확대와 달리 출하량은 오히려 감소 추세다. 이는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가 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일본 지방정부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예컨대 미야기현은 신규 취농자에게 연수 자금과 농기계 정비비를 지원하며 미나리 재배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현지 농정부 관계자는 “신규 취농자 감소가 가장 심각한 과제”라며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미나리 재배에 관심을 갖는 농업인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나리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여러해살이 풀로, 논이나 습지 등에서도 잘 자란다. 한국에선 강한 향과 알싸한 맛으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국·탕류의 비린내를 잡거나 초무침, 샤브샤브, 삼겹살 구이 등에 활발히 쓰인다. 미나리는 초고추장을 듬뿍 넣은 양념무침 속에서도 뚜렷한 향을 잃지 않을 만큼, 우리 채소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강한 향을 지닌다. 좋아하는 사람은 한 단도 부족할 만큼 즐겨 먹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아예 손도 대지 않을 정도다.
미나리는 물미나리와 돌미나리로 나뉘는데, 물미나리는 논에서 재배되어 줄기가 길고 부드러운 반면, 돌미나리는 밭이나 습지에서 자라 향이 더 강하고 상품성도 다소 떨어진다. 현재는 야생의 돌미나리를 채취하는 것은 흔치 않다. 밭에서 키워 상품화하는데, 이 미나리가 물미나리보다 향이 더 강하다.
한국 내에서도 미나리는 이제 특정 세대나 지역을 넘어 MZ세대까지 아우르는 인기 채소로 자리 잡고 있다. ‘미나리 곰탕’, ‘미나리 샤브샤브’ 같은 신메뉴가 프랜차이즈와 로컬 식당에서 동시에 등장하고 있으며, SNS 검색량과 관련 요리 콘텐츠 조회수도 상승세다. 실제로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된 미나리 전문 한식당도 나타나고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선 “미나리 삼겹살 맛을 알아버렸다고?”, “누가 소문냄…”, “진짜 맛있기는 해…”, “미나리 안 좋아해서 나도 안 먹어본걸…ㅋㅋㅋ”, “미나리까지 소문나다니… 달래는 우리끼리만 먹자”, “미나리 알리지 마…”, “지금도 비싼데… 가격 더 오르면 어떡해”, “그만 소문내… 우리도 먹을 거 없어”, “고사리나물이랑 콩나물무침까지 소문난 건 아니겠지”, “미나리 향 강해서 외국인한테 호불호 있을 줄 알았는데 웬일이래” 등 반응과 함께 웃음 섞인 위기감도 번지고 있다.
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호불호 극명하던 식재료가 국경을 넘어 극찬을 받고 있는 현실에, ‘우리도 몰랐던 미나리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오랜 세월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미나리. 이제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가격까지 폭등한 ‘뜻밖의 한국 채소’로 우뚝 서고 있다.